이재용 '상생' 강조...그간 한국 재벌들 말로만 상생...진정한 상생시 큰 호재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한국 대표 기업을 이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비장한 외침이 눈길을 끈다. 그는 최근 삼성전자 50주년 메시지를 던졌다. 임직원들에게 상생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탈진해 가는 한국의 경제 상황, 절박한 삼성전자의 상황 앞에서 이 부회장의 이 같은 외침이 한국 경제에도 도움을 주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의 활력 되찾기에 촉진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아주 간절하다.  

지금 한국의 경제 상황이 말이 아니다. 중대 위기다. 10월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14.7%나 줄면서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의 경제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수출 추락은 성장률을 위협한다. 올해 한국 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에 휩싸여 있다. 잠재성장률도 0.4%포인트나 떨어지면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3번째로 크게 추락했다. 10월 물가 상승률은 간신히 마이너스에서 탈출해 0% 수준이다. 비정규직은 양산되고 청년 일자리 창출은 요원하다. 국가 경제의 미래가 암울하다. 저성장 & 저물가, 즉 디플레이션 위기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경제상황이 불확실하다보니 금리인하 목소리가 날로 커진다. 사상 초유의 초저금리는 투자로 연결되지 못하고 부동산 과열 등 새로운 부작용을 만들어내고 있다. 일자리 불안 속 부동산 투기 확산은 서민의 의식주마저 위협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 만연은 근로자들의 일할 의욕을 저하시킨다. 기업들의 생산의욕도 떨어뜨린다. 좀비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도 저해한다. 

삼성도 고비다. 이재용 부회장은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도 진행 중이다. 반도체 수출 격감으로 국내 최대기업 삼성전자의 실적도 예전만 못하다. 한국 경제가 절박하고 한국 최대 그룹 삼성도 절박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이런 중차대한 상황에서 삼성의 총수가 승부수를 던졌다. 키워드는 '상생'이다. 그래서 더 관심이 간다. 한국의 재벌들이 제대로 된 '상생'만 한다면 우리 경제가 다시 일어나는 데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 들어 일단은 기대를 걸어 본다.

그간 한국의 재벌들은 어땠는가. 납품 단가후려치기, 중소기업 및 협력업체 기술 탈취, 특수관계인 일감몰아주기 등 악행과 갑질이 만연했다. 재벌 자녀 승계를 위해 여러 나쁜 짓을 한 의혹도 있다. 그래서 강도 높은 수사도 받았다. 감옥 문턱을 오간 총수 및 2,3세도 여럿이다. 그럼에도 재벌들의 갑질은 좀처럼 근절되지 못했다. 정부와 재계의 근절의지 부족 때문일 수 있다. 정경유착 때문일 수도 있다. 재벌과 권력 유착 때문일 수 있다. 재벌들은 나쁜 짓을 해도 집행유예로 풀려 나오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유전무죄'는 재벌들의 갑질, 상생외면을 비호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재벌들의 갑질도 설자리를 잃어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검찰개혁, 사법개혁이 진행되면서 이제 재벌들의 '유전무죄'가 판치던 시대도 끝나갈 것이다. 엄중한 세계 경제 상황이 얄팍한 갑질을 하던 대기업들을 그냥 놔두지 않는다. 갑질 일삼다가 제 발등 찍는 기업 및 산업도 나타난다. 한국 재벌들이 소재, 부품, 장비 관련 국내 중소-중견 기업들의 성장을 외면했다가 일본 아베정부로부터 치명적인 공격을 받는 일도 생겼다. 한국 일부 완성차 업체의 부품업체 관련 불공정 거래 관행은 한국의 자동차 산업을 절름발이로 만들었다. 한국은 완성차 강국인데도 부품업체들은 고사위기에 몰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와중에 현대차 그룹은 삼성동 한전 부지를 고가에 매입했다가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매년 열리는 국정감사 때마다 한국 재벌들의 갑질에 대한 질타는 단골 메뉴였다. 그런데도 갑질은 여전하다. 중소기업들이 대접받는 경제민주화도 요원하다. 진정한 상생이 이뤄지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그간 상당수 재벌은 겉으로는 약간의 연말 성금으로 상생 흉내내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뒤로는 갑질을 일삼았다. 중소-중견기업한테 가야 할 대기업 일감이 재벌내 특수관계인들끼리의 일감몰아주기로 파묻혔다. 게다가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 갈취 행위까지 더해지면서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척박한 경영을 해야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기업 갑질 근절을 위한 경제민주화가 절실한 이슈로 등장했지만 말뿐이었다. 

그런데 이제 한국 최대 재벌, 삼성의 총수가 '상생'을 중시하겠단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단다. 이 약속만 잘 지킨다면 삼성에서는 더 이상 작업현장에서 병들어 가던 근로자들의 아픔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삼성에서는 더 이상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 행위가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삼성 내 일감들이 중소-중견 협력업체들에게 더 많이 흘러들어가 작은 기업들의 일감이 늘어 행복해지는 협력업체가 늘어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본다. 일본에 의존했던 소재, 부품, 장비 산업도 한국내 상생으로 전환될 것으로 본다.

삼성의 상생 실천이 꼭 성공하길 빈다. 나아가 현대차그룹 등 다른 재벌로 널리 확산되길 기대한다. 

최근 최태원 SK회장은 사회적 책임경영, 사회적 가치경영을 설파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상생'을 화두로 꺼내들었다. 재벌이 중소-중견기업에게 일감을 주고 서로가 의지해 기업활동에 활력을 가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호재가 어디 있겠는가.

이재용 부회장의 상생 정신이 단순히 파기환송심 재판을 의식한 발언은 아닐 것으로 여기고 싶다. 삼성 또한 글로벌 경제상황 악화로 고비를 맞고 있다. 상생이야말로 삼성, 그리고 한국의 경제 회생을 이끌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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