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와 생산자, 양면으로부터 얻는 빅데이타로 금융 영향력 확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트럼프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트럼프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지 않을 것이 전 세계에서 제일 확실한 사람 가운데 하나다.

베조스 회장이 같은 재벌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을 싫어할 이유는 당초에 없었다. 갈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것이다. 원인은 베조스 회장이 소유한 미국의 권위 있는 언론 워싱턴포스트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양대 신문인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는 모두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월 취임한 바로 다음 달부터 제호 아래 "민주주의는 어둠 속에서 죽는다"는 슬로건을 게재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밉다보니 트럼프 대통령은 소유자인 베조스 회장도 못마땅해졌다. 베조스 회장이 소유한 굴지의 기업인 아마존도 미워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존이 미국의 우편시스템을 배달소년처럼 부려먹는다"고 비난했다.

이렇게 미운 존재인 아마존이 만약 은행들의 실질적인 지배자가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자다가도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날 일이다.

김자봉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금융브리프 10일자 '금주의 논단'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같은 일의 조짐이 미국의 은행권에서 일부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현재로서는 아마존의 금융서비스가 금융당국의 감독에서 벗어나 있다.

아마존은 고객만을 대상으로 대출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아마존의 고객이 3억 명이 넘고 납품생산자는 500만 명에 이른다고 김 선임연구위원은 밝혔다. 이들이 일으키는 대출 거래는 금융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아마존의 판매자 대상 대출은 아마존 자체의 판매실적과 고객만족도에 따라 이뤄진다. 그러나 이에 필요한 재원은 제휴관계인 은행으로부터 나온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이러한 차이에 따라 규제당국이 아마존대출에 대해 금융감독을 하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아마존 대출이 불특정 다수의 고객에게도 확대되고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질 경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의 섀도우뱅킹처럼 규제개입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아마존과 같은 '빅 테크'기업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활용해 엄청난 고객정보를 확보한다.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를 고객으로 해서 얻는 양면의 정보이기도 하다. 양면시장 빅데이타는 판매자 신용위험에 대한 정보비대칭성을 완화해 금융의 선별기능과 모니터링 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고 김 선임연구위원은 밝혔다. 정보력에서 아마존이 은행들을 압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은 대출고객의 재무상태를 들여다보지만 아마존은 이 고객이 만들어 파는 상품이 얼마나 잘 나가는지를 현장의 데이타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김자봉 선임연구위원은 빅테크 기업의 이같은 장점이 과도한 시장지배력으로 금융의 효율적 배분을 방해할 수 있고 기존 금융회사와의 제휴가 규제회피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을 이용한 금융 중개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