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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필사적 수능으로 모는 '프듀 조작' 의혹
아이들을 필사적 수능으로 모는 '프듀 조작' 의혹
  • 장경순 기자
  • 승인 2019.11.14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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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여 얻어낸 한국 경제 성장엔진마저 위협한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올해 '수능 한파'가 한층 더 거세다.

한파가 몰려오거나, 날이 포근하거나,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임하는 학생들의 결연한 의지, 그리고 부모들의 애틋한 마음은 잠시나마 세상 모든 번잡한 일에 대한 관심을 오로지 수능으로 돌려놓는다.

수시입학제도에 대한 불신이 깊어져 다시 수능중심의 입시체제로 돌아가자는 여론이 부쩍 높아진 시절이기도 하다.

대학입시의 절박함이 10년 전, 20년 전에 비하면 다소 덜해진 면이 있기는 하다. 좋은 대학 나와서 출세하는 이른바 '입신양명'이 아니라도 엄청난 성공인생을 걸어가는 방법이 다양해졌다.

그 가운데 하나가 대중 문화인으로 성장하는 길이다. 수많은 아이들이 K팝 스타, 또는 연기자를 꿈꾸며 10대 시절부터 연예인연습생으로 학업을 희생하기도 한다. 부모들은 이 길이 공부 열심히 해 무난히 사는 것보다도 더 경쟁이 치열한 줄을 알기 때문에 처음에는 말리다가 아이의 열정만큼은 말릴 수 없는 것을 깨닫고 가장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한다.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흘린 피와 땀은 마침 한국 문화산업계의 재능과 조화를 이뤄서 전 세계적인 한류 열풍을 이끌어냈다.

드높은 인기는 저성장의 부진에 빠진 한국 경제에도 커다란 희망이 되고 있다.

포브스는 방탄소년단(BTS) 한 그룹만의 국내총생산(GDP) 기여규모를 46억5000만 달러로 추정해 삼성그룹 등 다른 재벌들과 같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피지나 몰디브, 토고 등의 국가 GDP를 넘는 수준이기도 하다.

K팝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외신매체도 여러 곳 생겨났다. 한국에 와서 K팝 스타로 데뷔해 고국으로 금의환향하려는 외국 젊은이들이 수없이 찾아온다. 이들은 연습생생활만으로도 한 달에 300만 원 넘는 비용을 지출한다. 이게 다 한국 경제에서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주변영역으로까지 성장요인을 확산시키는 것들이다.

'프로듀스 X 101'의 한 장면. /사진=네이버TV 화면캡쳐.
'프로듀스 X 101'의 한 장면. /사진=네이버TV 화면캡쳐.

성장가도를 달리는 한류문화에 대해 전 세계의 관심과 부러움이 커질수록, 시기와 경계심도 함께 커진다.

이런 훌륭한 걸 왜 한국만 잘하나. 이걸 잘 하는 만큼 다른 허점도 분명히 있지 않을까.

바로 이런 경계심을 조장하기 딱 좋은 일이 올해 두 차례 벌어졌다. 하나는 유명 아이돌스타들의 성폭행 추문이다. 지성을 제대로 함양시키지 못한 아이들이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것을 알고 난 이상, 이들이 부르는 노래를 더 이상 신나게 따라 부르기 어려워졌다. BBC가 지난 6월 강남 클럽 성폭행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데서 이런 경계심이 전해진다.

두 번째 사례가 '프로듀스 X 101'의 순위조작 사건이다. 경찰 수사 4개월 만에 프로듀서가 구속되고 다른 관계자들과 함께 검찰에 송치됐다. 시비판단에 앞서 앞으로 검찰 수사를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국내외에 이미 많은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 분명한 현실이다.

예능프로그램의 순위조작이 세계적으로 전대미문의 일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1950년대 인기 TV 퀴즈프로그램의 결과 조작이 국가적 스캔들로 이어진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의회에서 청문회도 열렸다. 그러나 이것이 국가 전반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로 번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금수저 흙수저' 논란과 '삼포세대'의 좌절이 심각한 한국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히 연예계의 소동 한바탕으로 끝나지 않는다. 특히 많은 젊은이들이 한국 K팝 데뷔를 꿈꾸며 건너오고 있는 나라 여론도 사건 흐름을 주목하고 있다.

자녀가 이미 대중문화인의 수련을 받고 있는 한국 부모들의 불안도 급격히 증폭됐다.

'끼'만 있으면 스타로 성장해서 '호령하는 영감님들' 걱정 안하고 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무너뜨리고 이 바닥 역시 불공정이 가득하다는 회의를 키우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부모들 역시 글을 쓰고 있는 기자가 자랄 때의 어른들 사고방식으로 돌아갈 것을 강요받는 것이다.

"연예계는 갈 곳이 못 돼."

아이들이 수능 잘 봐서 좋은 대학 가는 인생만 꿈꾸고, 공부를 못할 때나 가수 될 생각을 꿈꾼다면 지금 대중문화 산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인생은 어떻게 될까.

유명 프로듀서의 몸값이 올라 방송국마다 고액에 스카웃하는 일은 꿈에서나 보는 일이 될 것이다. 이 세계 모든 사람이 춥고 궁핍한 생활에 지금같은 사회적 존중도 못 받던 1970년대 이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 위험을 대중문화 업계 관계자들 스스로 초래하고 있다. 깊은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자신들만의 성공인생을 위해서뿐만 아니다. 성장률 0.1%가 아쉬운 한국 경제에서 모처럼 찾아낸 성장엔진을 이렇게 자멸시켜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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