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법안 부결 2분 후 의사당 물에 잠겨"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물의 도시다. 이 곳의 운하를 보기 위해 항상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또한 물로 성공한 역사를 갖고 있다. 이탈리아 통일 전 일개 도시국가에 불과했지만 수로를 개척해 유럽의 교역중심지로 번영을 누렸다.

해군력은 유럽에서 가장 막강했다. 투르크 제국의 강인한 육군이 유럽 전역을 위협했지만, 바다에서는 베네치아를 비롯한 이탈리아 도시국가 해군에 밀려 지중해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자연이 베풀어준 물로써 흥한 도시이니 자연에 대해 각별한 경의를 간직해야 마땅한 도시다. 그러나 지역 정치인들이 이런 도리를 저버리자마자 엄중한 자연의 심판을 받았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베네토 주 의사당이 침수된 모습. /사진=안드레아 자노니 주의회의원 페이스북.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베네토 주 의사당이 침수된 모습. /사진=안드레아 자노니 주의회의원 페이스북.

CNN의 14일(미국시간) 보도에 따르면 베네치아 대운하 근처에 위치한 베네토 주 지역의회가 지난 12일 사상 처음으로 침수됐다. 최근의 홍수에 의한 것인데, 더욱 주목되는 것은 의회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법안을 부결한 직후였기 때문이다. 베네치아는 베네토의 주도(州都)다.

베네토 의회 다수당인 이탈리아 형제당과 포르차 이탈리아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법안을 반대해 부결시킨 뒤 2분 만에 의사당에 물이 넘치기 시작했다. 이같은 사실은 야당인 안드레아 자노니 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부결된 법안은 재생자원을 위한 기금 마련, 디젤 버스를 고효율 저공해 차량으로 교체, 공해 난로 폐기와 플라스틱 사용 억제 등을 담고 있다고 자노니 의원은 전했다.

알레산드로 오비자크 의회대변인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2020년 예산안을 논의한 후 의사당이 물에 잠긴 것은 맞다고 밝혔다.

로베토 참베티 의장은 CNN에 서신을 통해 자노니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선동과 왜곡이 감추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는 기후변화를 결정하는 공해와 스모그에 대해 지난 3년 동안 9억6500만 유로를 들여 싸워왔다"고 밝혔다.

참베티 의장은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침수장면을 올리고 "전에 없던 일이 벌어졌다. 방수칸막이가 홍수를 막기에 부족한데 건물을 떠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루이기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은 기후변화로 유례없이 조수가 심해졌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