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일각 "항공산업, 황금알 낳는 거위 아냐"...HDC 측은 불신해소 노력해야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시장의 반응이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시장 일각에선 현대산업개발이 '승자의 저주'에 빠지면 어쩌나 하는 진단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재무 안정성 저하가 일어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했고 DB금융투자 조윤호 연구원 역시 "디벨로퍼(개발사)의 항공사 인수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설상가상 한국의 간판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최근 "3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이 11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나 줄었다"고 공시한 것도 한국의 항공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님을 대변해 주었다. 

시장 일각에선 아시아나 인수전 막판까지도 SK그룹 등 국내 간판급 재벌의 인수전 참여를 기대했으나 결국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기대했던 곳보다 작은 재벌이 아시아나의 새 주인이 되는 쪽으로 기울어지자 그에 따른 일부 우려가 흘러나오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명박 정부 때 당시 아시아나항공 채권은행이던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담당 부행장이 이 글을 쓰는 기자에게 "삼성처럼 수출도 많이 하고 항공 산업 변동성에 견딜만한 큰 대기업이 아시아나항공 주인이면 참 좋을 것 같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그 부행장은 "항공 산업은 부침이 심한 업종"이라고 했다. "환율, 유가 등 여러 변동성에 잘 견뎌야 하는 업종"이라고 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경쟁사인 대한항공은 수출 화물 운송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던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뉴시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뉴시스

그래서일까. 이번 아시아나항공이 M&A 매물로 나왔을 때도 대형 재벌이 인수해 주길 희망하는 시장의 염원이 존재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막판까지 저가항공사 분리매각 얘기가 끊이지 않았던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강력한 재무적 능력이나 규모의 경제력을 갖고 있는 막강한 대기업이 인수해야 아시아나항공의 앞날도 밝을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에 존재했다. 그러나 인수전 막판까지 SK 등 국내 초대형 재벌의 인수참여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형 재벌조차 "항공 산업은 실익이 큰 사업은 아니다"고 인식했을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항공 산업은 글로벌 수출입이 많아야 호재를 누릴 수 있다. 사람만 수송해선 실적을 내는데 한계가 있는 산업으로 간주된다. 저가 항공사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항공 화물 운송 수입이 따라줘야 잘 견딜 수 있는 산업이다. 그러나 지금 글로벌 환경은 어떤가.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와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속에 항공화물 수송도 위축된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새 주인 자리에 IT 등의 수출을 많이 하는 기업이 선정됐으면 하는 기대도 컸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건설업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디벨로퍼가 아시아나항공 인수 주도권을 잡는 일이 벌어졌다.

그간 한국의 항공 산업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국내 1위 항공사 대한항공은 오너 갑질 문제 등으로 많은 눈총을 받아왔다. 대한항공이 국내 항공 산업 구조 상 거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다 보니 갑질 경영 문제 등으로 손가락질을 받아도 실적에 직격탄을 받지 않았다. 2위 항공사 아시아나도 일부 경영진 도덕적 해이 문제 등으로 지적받고 경영위기까지 닥치면서 새 주인 찾기에 나섰는데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큰 기업에 대해서도 시장은 아직 확고한 신뢰를 보내는 분위기는 아닌 듯 하다.

이제 공은 유력 인수자인 현대산업개발에 넘어갔다.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은 아주 커졌다. 그런 만큼 현대산업개발은 스스로의 재무적 능력, 항공사 운영과 관련한 확신감 등을 제대로 입증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항공 당국도 아시아나항공 새 주인이 정도경영을 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해야 할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잘해줘야 그간 갑질 논란을 일으켰던 대한항공에 경각심을 불어넣고 한국 항공 산업 경쟁체제 강화에도 도움을 줄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이 대한축구협회 회장직을 계속 겸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지켜보고 싶다. 항공 산업의 간단치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새 인수자의 오너가 항공사 경영에 올인 해도 될까 말까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정몽규 회장이 이끄는 대한축구협회와 KBS 추적 60분이 과거 축구협회 투명 경영 여부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인 적도 있음을 필자는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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