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유럽 사람들 스스로 망친 금융권위, 절대로 답습하지 말아야

유럽중앙은행(ECB) 독일 청사. /사진=AP, 뉴시스.
유럽중앙은행(ECB) 독일 청사. /사진=AP, 뉴시스.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확률에는 공리라는 것이 있다. 수학적으로 증명하려고 덤벼들지 말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전제 세 가지다. 셋 가운데 독립적 경우들에 대한 내용은 이 글과 무관하므로 나머지 둘만 소개한다.

첫째, 확률값은 1보다 작아야 한다. 둘째, 확률값은 0보다 작은 음수여서는 안된다.

이같은 공리는 증명할 방법도 없고, 증명할 필요도 없다. 만약 이 공리를 부정하면 확률이란 학문이 존재 불가능해진다.

확률이란 어떤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다. 1이면 그 일이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이고 0이면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런데 만약 확률이 1을 넘는다면 그 일이 정말 더 확실하게 일어날 가능성이고, 0보다 작은 음수라면 천만번을 환생해도 절대 안 일어난다고 억지해석을 한 들 현실에서는 말장난일 뿐이고 시험장에서는 공부를 전혀 안한 학생이 엉터리 답을 써낸 것이다. 확률과목에서 교수로부터 첫인상을 회복불능으로 나쁘게 망치는 길은 1이 넘거나 0보다 작은 확률값을 써내는 것이다.

어려운 확률을 열심히 공부해 사회진출해서 현실에 써먹으려고 한다면 이같은 확률의 공리를 절대 넘보지 말아야 한다.

공리는 철학적인 의미도 담겨있다. 인간이 아무리 훌륭한 지능을 활용해도 절대적인 신의 원칙은 넘을 수 없음을 시사한다. 사람 생각에 아무리 발생이 확실한 일이라 해도 그 가능성은 인간지능체계의 1 이상이 될 수 없고 0 이하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수학을 공부해 경제경영에 활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인간의 겸허함을 담은 공리 개념이 크게 부족함이 드러났다. 그 사례가 마이너스 금리다.

금리에 담긴 의미는 남이 가진 기회를 내가 가져와 활용하는 것이다.

오늘 같은 날은 달콤한 커피 한 잔을 마셔야 기분도 안정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데 지금 나에게는 그걸 살 돈이 한 푼도 없다. 내일이면 돈이 생기지만 오늘은 무일푼이다. 특히 오늘 아주 중요한 일을 집중력있게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커피가 절실하다.

친구는 지금 1만원을 갖고 있지만, 그는 이 커피를 마실 필요가 없다. 친구의 1만원을 내가 활용하면 나는 1만원의 몇 백배 이상 커다란 성과를 만들 수 있다.

친구는 오늘 당장 커피가 필요 없지만 그걸 가지고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 그 기회를 모두 포기하고 만원을 내게 준다.

친구가 오늘 행사할 수 있는 1만원의 기회를 내가 가져와 다른 날 돌려주는 것이다. 남이 가진 지금의 기회를 내가 쓸 수 있는 이 기회의 비용을 담은 것이 금리다.

이게 어떻게 마이너스가 될 수가 있나.

마이너스 금리는 수학을 수직선만 그려본 사람 수준의 발상이다. 0에서 조금 더 낮춘 수는 음수라는 단순발상을 너무나 쉽게 실행했다.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공리'에 어긋난 논리를 적용한 것이다.

유럽 중앙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까지 쓰는 것은 돈을 더 많이 풀어대기 위해서다.

거침없이 풀어대다 보니 예전의 권위 있는 유럽 금융인들이 쳐다도 안보던 채권과 주식까지 중앙은행들이 사들이는 지경이 되고 있다.

금융의 기강이 무너진 것이다. 이런 와중에 리보금리 조작, WM/로이터에 고시하는 환율 조작 등의 문란한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공리로 간주해 마땅할 '0보다 큰 금리'의 원칙을 저버려 자신들의 금융관행을 스스로 망친 유럽 금융인들은 근본적 잘못을 되돌릴 생각을 않고 리보금리 대체로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

그 여파로 한국과 같은 무고한 아시아권 국가들까지 이른바 EU벤치마크법이란 것까지 충족시켜야 되는 억울한 과제를 또다시 뒤집어쓰고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저들끼리 멋대로 정한 룰에 끌려다니면서 유럽 상전들을 떠받치는 머슴 신세로 아시아금융이 머물러야 하나.

이것만큼은 정말 아시아의 자각이 필요하다. 마이너스 금리가 무슨 선진국의 상징인 것처럼 흉내를 낸 '아베노믹스'의 일본은 제쳐놓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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