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최악의 한해...내년엔 우리 경제 다시 회복시켜야

부산항 컨테이너선 모습. /사진=뉴시스.
부산항 컨테이너선 모습.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기자는 최근 국내 주요 재벌 임원 2명과 만났다. 인사철도 됐고 해서 "잘 지내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지금까지는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문제는 내년"이라고 했다. 그들은 "내년 골프 약속도 잡지 않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기업이 비상 경영 상태에 있다 보니 자신들의 내년 거취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 주말 서울 남산에 올랐다. 초겨울의 정취가 온 산 깊숙이 파고든다. 한해의 생명을 다해가는 단풍이 냉탕온탕의 날씨와 싸우며 나무 끝자락에 간신히 매달려 있다. 떨어진 가랑잎이 산속을 뒤덮었다. 일요일 남산엔 비까지 내렸다. 매서운 겨울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한겨울 만큼이나 혹독했던 올해 나라 경제가 떠올랐다. 우리 경제에 여러 좋지 않은 징후들이 엄습했다. 마이너스를 향해 달려가는 초저금리, 그리고 0%대와 마이너스 영역을 넘나드는 물가가 심상치 않았다. 11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4% 이상 크게 줄었다. 수출이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기업들이 비명을 질렀다.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생각보다 일찍 닥칠까봐 두렵다. 설마 했던 디플레이션이 우리 경제를 강타할까봐 걱정이다. 수출 또한 악화일로다. 실로 경험하지 못한 최악의 경제 상황이 닥칠까봐 공포에 떨어야하는 형국이다.

미-중 무역전쟁도 길어지고 있다. 한-일 경제전쟁까지 더해졌다. '조국 전 법무장관 사태' 등으로 국론마저 극단으로 분열되다보니 우리 경제 앞날이 더욱 걱정이다.

우리 경제는 성장률 2% 방어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벼랑 끝 상황에 까지 내몰렸다. 국제기구에서는 올들어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세 번째로 크게 후퇴했다는 보고서까지 나왔다. 미-중 무역전쟁이 더 길어지면 한국처럼 대외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가 집중 타격을 받게 된다는 보고서가 끊임없이 등장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2%까지 확 낮췄다. 

그러나 좌절은 금물이다. 춥다고 해서 움츠릴 수만도 없다. 다가 올 겨울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혹독한 그 겨울이 지나고 나면 남산에는 또다시 봄이 오듯, 우리 경제도 그렇게 되길 빌어야겠다는 비장함이 솟구친다.

최근 일부 다행스런 일들도 목격된다. 조건부지만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도 일단 연기됐다. 일본과의 대화 물꼬도 터가고 있다. 지난 5개월간 일본의 핵심 부품 수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계에 생산차질은 거의 없었다는 관련 업계의 발표도 나왔다. 한국의 소재-부품-장비산업(소부장산업) 국산화 노력, 그를 위한 국내 대중소업체간 상생 강화 필요성이 강조된 것도 다행이다. 인사철을 맞아 기업들이 인적쇄신을 통해 비장함으로 내년에 임하는 모습도 긍정적이다.

어려울 때 일수록 경제주체들이 뭉쳐야 한다. 상생해야 한다. 각오를 새로이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경제가 일어설 수 있다. 

연말이 되자 기업들은 매년 늘 하던 대로 익숙한 보도자료 들을 쏟아낸다. "김장 나눔" "연탄 나눔"과 같은 봉사활동을 펼쳤다는 내용들이다.

이런 훈훈함 들이 우리 경제계 전반으로 확산돼야 한다. 우리의 대중소기업과 국민이 뭉쳐 일본과의 경제전쟁에 잘 대응하고 있듯이 우리 국내 산업 및 기업 간 '빅상생'이 가장 중시돼야 하는 때다. 대기업 갑질 없애고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없애자.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 갈취하는 일도 없도록 하자. 그러면 우리의 자동차 산업, IT 산업, 소비-유통 산업도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한국 사회에선 "공정 경쟁"이 계속 화두다. 이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공정 근절"에도 큰 영향을 미쳤으면 한다. 아직도 일부 기업을 둘러싸고는 갑질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반면 국내 일부 핵심 재벌에서는 "상생, 사회적 가치 경영을 중시하겠다"는 외침도 나온다. 최태원 SK 회장이 "사회적 가치 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범 국가 경제 주체들이 서로 돕고 이끄는 상황으로 비약하게 되면 우리 경제는 반드시 회복될 것이다. 우리 경제도 올해 겪었던 '긴 한숨'을 끝내고 새해엔 새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때라고 본다. 그리고 그 비결은 "공정 경제와 경제주체 모두의 대승적인 상생 속에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한국 정치권도 어서 빨리 극단의 분열을 끝내고 경제를 살리는데 매진해야 할 것이다. 여, 야는 내 것만 지키려 하지 말고 양보하는 정신으로 상생의 정치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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