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영화 역시 거대자본 영화 일색... 문화적 다양성 보호 취지 살려야

'겨울왕국2'의 한 장면. /사진=뉴시스.
'겨울왕국2'의 한 장면.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월트디즈니 만화영화 '겨울왕국2'가 국내영화관을 독점했다는 이유로 시민단체로 고발당한 것은 포춘, 헐리우드리포트 등 외신들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외신들은 한국의 현행법에 상영관 수를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고 전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이 영화가 "스크린 점유율 88%를 차지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했다.

외신들은 상영관 숫자에 공정거래법의 관련조항이 적용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몇몇 영화들의 스크린독점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국내영화의 최소 상영일을 보장하고 있는 스크린쿼터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스크린쿼터를 통해 한국영화와 외국영화에 대한 차별이 발생할 경우 미국 등 주요교역국과의 무역 분쟁을 심화시킬 수 있다. 미국은 현재 중국과 무역 갈등을 벌이는 가운데 유럽연합(EU)에도 새로운 관세를 추가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주한미군 유지비 상승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중국·EU와 무역 갈등을 일단락하고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을 마무리하고 나면 다음 단계로 한국에 대한 무역공세를 재개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갈수록 거세지는 미국과의 통상마찰에서 스크린쿼터를 강화할 경우 또 다른 국익을 희생해야 할 우려가 있다.

스크린쿼터는 2005년 한국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협상을 시작하면서 146일의 의무상영일을 다음해 현재와 같은 73일로 줄였다.

상영일자뿐만 아니라 상영관 숫자에 대한 비슷한 제한을 외국영화에 대해서만 적용한다면 무역 분쟁의 소지가 크다.

근본적 문제는 대형영화의 스크린독점이 거대 외국영화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2012년 1000만 관객을 기록한 국내영화 '광해' 역시 극장의 주요시간대 독점 등을 이유로 영화인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당시 '광해' 때문에 밀려난 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스크린쿼터의 1차적 목적은 국내영화 보호지만 이것은 더 큰 차원에서 해석하면 문화적 다양성의 확보다.

1990년대까지 거대 외국영화에 한국영화계가 초토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스크린쿼터가 훌륭한 방파제역할을 했지만, 그 사이 '안방의 호랑이들'이 탄생했다.

CJ, 롯데, 오리온 등 대기업의 자본은 2000년대 들어 1000만 명 관객 국내영화가 연이어 탄생할 수 있는 훌륭한 물적 조건을 만드는 커다란 기여를 했다.

그러나 한 편으로 국내영화 또한 거대자본의 속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천편일률적이고, 심지어 또 다른 '헐리우드식' 영화가 됐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또한 이들의 막강한 자본력과 인프라로 극장을 독식한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서현석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거대 영화자본들이 그동안은 독립영화 전용 상영관을 만들겠다고 하다가 취소하고 배급에 나서겠다는 약속도 철회했다"며 "국내영화 역시 자본의 논리에 갇혀 영화계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정한 문화적 다양성을 갖춘 국내영화를 보려면 영화축제를 가야한다는 푸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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