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하고도 피상적 사실에만 근거한 '일부 논리'에 흔들린다면...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차기 국무총리에 대해 국정을 책임지거나 그만한 경륜이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누가 최고의 적임자라고 함부로 단정할 수는 없다.

현재 거론되는 여당 정치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이 훌륭한 후보 가운데 하나일 수는 있지만 세계 11대 경제대국인 한국에서 이 사람 말고도 얼마든지 다른 적임자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논의과정에 대해서는 하나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는 특히 현재 집권세력의 경제 관료에 대한 시각, 경제정책에 대한 인물철학과 그에 따른 정치행태에 깊은 영향을 주는 주제다.

국무총리와 같은 막중한 직무를 맡을 사람에 대해 더 많은 검증을 한 결과 다른 사실들이 드러나면 언제든 지명방침이 바뀔 수는 있다. 그러나 현재 진행상황은 그와 성격이 전혀 다른 모양이다.

고위 경제관료 출신 여당 정치인 한 사람이 줄곧 거론되다가 진보성향 재야의 비판이 나오자 후보지명이 주춤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세종시 기획재정부 청사 현판. /사진=뉴시스.
세종시 기획재정부 청사 현판. /사진=뉴시스.

2012년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이란 이름을 갖고 있던 지금의 여당은 당시 야당이었다. 정부비판 민심이 드높아진 때여서 민주당은 상당한 선거승리 기대를 갖고 있었다.

민주당 국회의원 후보 가운데 하나인 A는 고위 재무관료 경력을 갖고 있었다. 재무관료를 뜻하는 '모피아'라는 속어에서 보이듯, 진보성향 지지자들은 A와 같은 재무관료를 백안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에서 두 자리의 부총리를 맡을 정도로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인사다.

진보성향을 자처하는 일부 유권자들이 이 때 A의 지역구에서 그에 대한 낙선운동을 벌였다. A에 대한 낙선운동은 사실상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후보 당선운동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제대로 A를 보호하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속수무책이었다. 후보 한 사람을 비판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그 본심이 드높은 진보성향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뭐라 할 수 없다는 투였다.

당 차원 보호를 받지 못한 A였지만 어떻든 그는 이 선거를 이기고 여의도로 돌아왔다.

그에 대한 낙선운동은 이 지역구에서는 결과를 바꾸지 못했다. 그러나 엉뚱한 곳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았다. 바로 이웃 동네다. 이 곳의 민주당후보였던 정치신인은 선거초반 새누리당 거물을 이길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졌으나 이는 물거품이 됐다. 주민들이 오가는 바로 옆 동네에서 자기당 후보에 대한 낙선운동이 벌어지는 게 유권자들에게 절대로 좋게 보였을 까닭이 없다.

민주당은 이때 선거에서 과반수도 가능하겠다는 기대를 가졌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과반수는 여당인 새누리당의 차지였다. 이때가 문재인 대통령이 첫 번째 대통령선거에 도전하던 해다. 예상 밖의 총선 역전패를 당한 처지에서 문 대통령은 이때의 대선에서 상당히 선전했지만 근소한 패배를 당했었다.

A의 옆 동네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후보는 그 기세를 몰아 바로 다음 도지사선거도 승리하는 정치적 성장을 거듭했다.

민주당은 이 때의 기억이 뼈에 새기는 교훈이 된 듯했다. 이것이 2016년 선거에서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A에 대한 낙선운동도 막지 못하던 2012년과 비교해 2016년에는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한 인물이 여러 가지 당의 이미지를 바꾸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끈 것이 필리버스터의 절묘한 종료였다. "아무개 의원이 몇 시간의 초인적 발언을 했다"는 극히 일부 지지자들만의 칭찬 댓글 쇄도에 도취하던 예전의 민주당이 아님을 보였다.

이런 변화 속에 치른 선거에서 민주당은 이번엔 제1당의 지위를 얻는 역전승을 거뒀고 다음 해에는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해 집권당이 됐다.

이번 특정인 총리후보 논란을 보면, 민주당이 또 다시 7년 전처럼 극히 일부의 경제 관료층에 대한 '묻지마 의심'에 휘둘리는 인상도 엿보인다.

일방적 기사전달만 받지 않고 적극적으로 민심을 드러내는 댓글은 오늘날 언론의 순기능이다. 지금의 민주언론을 떠받치는 또 하나의 축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쳐 지나치게 댓글 많이 쓰는 사람치고 끝까지 사실 파악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결론에 맞는 만큼만 사실을 알아낸다. 그래서 자기 하는 일만 관심을 갖는 평범한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는 아는 것이 많아 보인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의 저마다 이해가 얽히고설킨 국정은 책임지지도 않는 사람들이 피상적 사실만 갖고 섣불리 가부를 따질 것이 못된다.

정권의 경제 관료들에 대한 시각이 이런 사람들에게 끌려다닌다면, 국정 실무를 맡는 관료들이 어떻게 집권당을 믿고 소신껏 정책을 개진할 수 있을까. 뜻을 펼 길이 막히는 관료들은 영혼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생존을 도모한다. 유능한 재주를 가진 인재들은 괜히 눈에 띄었다가 '튀어나온 못'이 되지 않도록 자기 존재를 감춘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훌륭한 경제 관료를 쓰고 싶어도 인재를 찾을 수 없게 된다. 재무 관료로서 필요한 경력보다 어떤 '눈물 젖은 사연'을 가졌는가만 따져서 중요한 정책 일선에 앉힐 수밖에 없다. 이것은 국민들이 '눈물 젖은 빵'을 먹게 만드는 일이다.

지금 국무총리 후보로 적격이냐 아니냐 논란이 벌어지는 대상 인물 가운데 하나가 바로 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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