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대안의 금융권위 만들어 서구중심 금융 소모품 신세 벗어나야

2019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정상회의. /사진=뉴시스.
2019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정상회의. /사진=뉴시스.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한국이 '아시아만의 BIS' '아시아만의 리보'를 이끌어야 하는 이유 가운데 첫 번째는 한국에게 이를 활용할 절실한 이유가 있다는 점이다. 국경 간 담보의 활성화다.

쉽게 말해,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도 국고채를 담보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지금의 국고채는 전 세계에서 톱5가 되는 우량채권이다. 그러나 우량하기만 할 뿐, 쓸 데가 별로 없다. 한국을 벗어나면 이 채권은 오로지 한국 정부가 만기가 돼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한다는 의미만 갖는다. 이걸 담보로 해서 런던이나 뉴욕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거나 달리 이를 유동화 할 길이 없다.

이걸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한국의 외환거래 등 관련 제도손질을 해야 한다. 그것은 한국 내부적으로 시급히 서둘러야 할 일이다.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은 아시아 역내에서 믿고 거래할 만한 우량금융자산을 평가해주는 권위의 형성이다. 이것은 정부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장의 신뢰를 받아야 할 수 있다.

시장에서 우량자산으로 평가해 많은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전문가들이 실사를 해 본 결과 그러한 시장의 평가가 타당하다면, 이러한 현실을 시장참여자들이 바로 알아볼 수 있는 지표를 제공해줘야 한다.

두 번째 이유는 아시아 역내에서 금융 권위체를 이끌어 갈만한 곳이 한국이다. 아시아 경제1위 대국 중국 역시 아시아와 제3세계의 금융을 주도하려는 의지는 있다. 그러나 이는 BIS나 리보금리에서 강조되는 금융과 방향이 다르다. 중국이 주도하려는 영역은 금융보다는 개발 분야다. 중국 주도 역내 개발에 금융이 뒷받침을 하기 위한 것이다.

BIS나 지금까지의 리보가 중시한 것은 시장자체에서 형성된 금융권위와 신뢰다. 이것을 하려면 우선 정치체제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통합을 위해서라도 사회주의를 지켜야 하는 중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중국 또한 이런 영역까지 섣불리 떠맡았다가는 멀지않은 미래에 체제의 금기를 건드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아시아 경제2위 일본은 아시아만의 금융 권위체를 새롭게 만들어야 할 이유가 별로 없다. 세계 최고 안전통화를 갖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영국, 유럽 중심 금융체제에 이의를 제기할 일이 없다. 거기다 현재 일본은 전 세계로 경기침체를 수출하고 있는 나라다. 아시아에서 예외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하고 있는 일본이 맡으면 유럽의 오판을 아시아까지 확대하는 일이 될 소지가 크다.

세 번째 이유는 때맞춰 한국이 최적의 동반자들을 찾아 이들과 협력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세안 국가들이다.

한국은 2019년 11월 부산에서 한·아세안정상회의와 메콩정상회의를 개최하며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했다. 이 회의에서는 현대자동차의 인도네시아 공장 건설이 가장 큰 경제뉴스로 주목받았다. 상대적으로 금융협력은 산업부문 협력에 비해 아직 부족하다.

한국과 아세안국가들은 역내 금융 권위체 설립을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한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이 금융안정기구와 표준 금리 정립을 집중 논의해야 한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국가의 규모와 잠재력의 측면에서 엄청난 가능성을 가진 파트너들이다.

필리핀은 한국보다 몇 개월 앞선 1987년 2월부터, 인도네시아는 2000년대부터 정치가 과거의 권위주의 체제에서 탈피해 자유로운 금융거래를 뒷받침하는 국가로 진화하고 있다. 두 나라는 인구규모로 거대국가다. 인도네시아 인구는 2억7000만 명으로 러시아의 두 배에 가깝다. 필리핀 인구는 1억800만 명이다.

말레이시아는 아세안에서 싱가포르 다음으로 가장 높은 1인당국민소득을 갖고 있다.

이들 국가 역시 수많은 금융거래가 이뤄지는데 그 가운데 투자적격과 투자부적격을 제대로 가려주는 권위 있는 지표가 등장한다면 경제잠재력을 현실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지역의 국민들이 한국의 K팝과 K드라마에 열광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한·아세안 협력을 순풍에 돛을 달아준다. 문화코드는 대중적 브랜드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요인이다.

특히 홍콩의 향후가 불확실한 지금은 그에 대한 대안시장의 등장도 필요하다.

한국과 아세안국가들이 마련하는 금융 권위체는 규모의 경제보다는 금융신뢰체계 구축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다. 규모의 경제까지 떠맡으려다가는 불필요한 중국과의 충돌을 초래할 수 있다. 독자의 영역을 잘 개발하면 서구 중심의 이른바 'IMF 체제'와 중국 사이 중재자의 역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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