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세대교체로 위기극복 나서듯...정치권도 물갈이 통해 새 정치 펼쳐야

허창수 GS 회장. /사진=뉴시스
허창수 GS 회장.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돌연 퇴진했다. 일흔을 넘긴 그는 새로운 시대, 급변하는 시대를 이끌 수 있는 사람에게 회장 자리를 넘겼다고 했다. 열 살쯤 젊은 막내 동생에게 회장 자리를 기꺼이 넘기고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권력은 유한하지만 재벌은 영원하다"는 격언같은 이야기를 무색케 하듯 '화려한 자리'에서 허창수 회장은 스스로 물러났다. "아름다운 퇴장"이었으면 좋겠다. 

연말 인사 시즌이다. 주요 기업에선 임원인사가 한창이다. 세대교체가 화두다.

LG그룹에선 올해 임원인사에서 30대 여성 임원이 전격 발탁되면서 세대교체가 파격적임을 과시했다. 한화그룹에선 김승연 회장의 장남이 수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차 그룹에서도 성과가 좋은 임원들이 사장, 부사장으로 연쇄 승진했다는 보도 자료가 전해졌다.

재계의 세대교체 바람은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 변화와 함께 숙명적으로 다가왔다. AI(인공지능) 시대가 무르익어 가고 있다. 5G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국내 통신사들 뿐 아니라 전 세계가 경쟁하고 있다. 스마트카 시대, 자율주행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글로벌 자동차업계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변화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다시 재계 인사 이야기로 돌아가면 중차대한 패러다임 변화 속에 칠순을 넘긴 GS그룹의 회장은 스스로 자신보다 젊은 경영자에게 자리를 내줬다. 한화그룹에선 머지않아 또 다른 대물림을 할 것 같은 인사를 단행했다. 정몽구 회장의 뒤를 이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은 자신이 미래차 시대를 진두지휘하는 동시에 새로운 임원들을 승진, 발탁했다. 젊은 구광모 회장이 이끄는 LG그룹에선 회장보다 젊은 임원들이 속속 배출됐다. 

재계의 세대교체가 위기의 한국 경제를 구할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길 고대한다. 방탄소년단 같은 젊은 K-팝 주자들이 글로벌 판도를 쥐락펴락하며 한국의 새로운 자산을 만들어 내듯이 우리 재계의 새로운 세대들이 위기의 한국 경제를 구하는 새로운 역군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간절해진다.

새로 부상한 재벌의 젊은 경영진은 갑질에 의존하기 보다 진짜 실력과 획기적인 혁신을 통해 한국의 경제를 이끄는 새로운 주자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과거 방식으로는 글로벌 세계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임직원 강연에서 "앞으로 10년은 업종 간 영역이 붕괴될 정도로 커다란 변화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듯이 변화에 잘 적응하는 기업과 기업인 만이 새시대 주인공이 될 것이다. 재계가 세대교체를 주저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정치권이다. 여전히 구태가 판친다. 꼴불견 정치, 저질정치, 내로남불 정치가 사라지도록 정치권도 과감한 세대교체가 필요해 보인다. 곧 있으면 총선 시즌이다. 재계 못지않은 제대로 된 물갈이가 정치권에서도 이뤄지길 기대한다. 정치가 잘못되면 나라 경제가 망가지고 국민들이 속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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