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안타까움...국회가 민식이법 통과시킬때 KT&G에서는 무슨 일?

서울 대치동 KT&G 본사. /사진 뉴시스.
서울 대치동 KT&G 본사. /사진 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문재인 대통령이 검은 정장 차림으로 10일 오전 대구 계명대를 찾았다. 지난 10월 31일 독도해역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소방항공대원 5명의 합동영결식에서 고인들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대통령은 유가족에게 허리를 굽혔고 비통하게 떠나는 운구 행렬을 굳은 표정으로 지켜봤다고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는 스쿨존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김민식 군의 이름을 딴 '민식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식이의 부모는 이 법의 통과 장면을 눈물 속에 지켜봤다고 한다.

국민의 생명은 고귀하다. 존엄하다. 나라를 위해 일하다가 영면하신 분들, 그리고 어른들의 부주의로 세상에 아픔을 안긴 채 떠난 어린이, 이 모든 분들의 안타까움이 우리의 가슴을 울린다. 

다시는 이런 아픈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 모두가 노력해야 함을 일깨워 준 하루였다.

하지만 이날 다른 한편에서도 생명의 고귀함을 외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되돌아 오는 메아리가 아직은 확실하지 않아서인지 억울해 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전북 익산 장점마을 주민들이다. 이 마을 주민 대책위원회 100여명은 10일 오전 서울 대치동 KT&G 타워 앞에 모였다.

연합뉴스 등 일련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암 발병 사태에 대한 KT&G 측의 사과와 피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내용인 즉 장점마을에서는 2001년 금강농산이라는 비료공장이 들어섰고 그 후 2017년 12월 31일까지 주민 99명 중 22명에게 암이 발생했으며 그중 14명이 숨졌다고 했다. 환경부 영향조사 결과 비료공장은 퇴비로만 써야 할 담뱃잎 찌꺼기를 불법적으로 건조 공정에 사용했고 이 찌꺼기 발암물질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채 대기 중으로 배출되면서 집단 암 발병 사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마을에서 집단 암이 발생했는데 모른 척 하는 게 KT&G의 철학이냐고 따졌다"고 연합뉴스 등 언론들은 전한다. 침묵하는 KT&G를 주민들은 규탄했다고도 한다. KT&G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라는 연합뉴스의 보도도 이어졌다. 또한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집집마다 암이 발생해 농산물이 안팔려 생계 또한 막막해졌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고귀한 생명의 중요성을 외치는데 백복인 사장이 이끄는 KT&G는 뭘 하는지 모르겠다. 국회까지 나서 생명의 고귀함을 중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KT&G의 장점마을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대통령과 국회가 KT&G까지 직접 챙겨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잠정마을 주민들은 땅을 치는데 KT&G는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문화예술후원 우수기관에 선정됐다고 한다. 잠정마을의 아픔이 실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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