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과 이를 반영한 고용노동부의 노사지도 지침이 나오면서 임금체제 개편이 기업들의 최대 경영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연 600%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면서 다른기업들도 관련 논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에 이어 LG그룹 전자계열사(LG전자·LG이노텍·LG디스플레이)가 정기상여금 명목으로 주는 월 기본급의 600%를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통상임금이란 근로자가 제공하는 소정근로에 대해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으로 특근, 수당, 퇴직금 등의 기준이 된다.

LG그룹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두 달에 한 번씩 기본급의 100%를 상여금 명목으로 지급했는데 앞으로는 기본급의 600%를 12등분해 매달 기본급에 추가하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개인별로 차이는 있지만 특근수당이 오르는 등 전체적인 임금인상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LG화학 등 다른 계열사들도 통상임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계열사마다 임단협이 진행되는 속도와 상황은 다르지만 2분기 이후에는 대부분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삼성과 LG는 통상임금 범위를 조정했을 때 발생할 인건비 상승 부담을 줄일 보완책도 비슷하게 내놨다. 예년 대비 임금인상률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서 올해 임금 인상률을 최저 1.9%로 정했다. 여기에 호봉승급분과 고과에 따른 성과급을 포함해 △부장급 1.9~3.4% △사원 1.9~8.9% 등으로 인상률을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따져볼 때 올해 임금인상률은 4.4% 정도"라며 "작년 5.5%보다 낮췄다"고 설명했다.

LG 계열사들도 비슷하다. LG전자의 경우 생산직 직원은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월 기본급 인상분을 감안해 추가 임금 인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사무직은 개인별 성과지표에 따라 연봉 협상 때 임금인상 폭을 결정하기로 했다.

작년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내용의 판결이 나오자마자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을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기업들이 일시에 부담해야 하는 추가비용이 최소 38조5509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통상임금 범위에 해고예고수당, 휴업급여, 산전후 휴가 수당 등이 포함될 경우 기업의 추가인건비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도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이 포함될 경우, 전체 제조업종의 1인당 인건비가 5.8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4대 주요 업종의 예상 인건비 증가율은 조선 5.72%, 철강 8.21%, 자동차 7.62%, 전자 5.20%다.

그나마 삼성전자나 LG전자는 정기상여금 지급액이 적은데다 노조가 없거나 노사가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있어 협의가 수월하게 이뤄졌지만 강성노조가 있거나 휴일근로, 초과근로, 야간근로비중이 큰 업계에선 쉽사리 노조와 협상조차 나서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자동차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대로 통상임금 범위를 조정하면 연간 인건비 추가부담이 최대 1조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이로써 약 25%에 달하는 인건비가 늘어나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1월 노조와 '임금체계제도개선위원회'를 발족했지만 노사 상견례만 했을 뿐 아직까지 입장 교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계의 대표주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개편된 임금체제를 발표함에 따라 현대차의 고민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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