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직원들...힘 있는 차기 은행장 원한다는데...왜?
일부 "퇴직 원하는 고참직원 문제 등 해결하려면 힘 센 행장 필요"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이번엔 IBK기업은행 얘기 좀 해보려 한다. 기업은행 차기 은행장으로 어떤 분이 임명돼야 은행 및 금융 발전에 활력을 가할 수 있을까를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언급해 보려 한다. 기업은행 직원들 중 상당수는 예나 지금이나 "힘 있는 행장을 원한다는 점"에 주목해 보려 한다. 이는 관치금융 하에서 나라가 주인인 은행이 지닌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지난 1990년대 중반의 일이 기억난다. 당시 이 글을 쓰는 기자는 서울의 한 종합일간지에서 재무부에 이어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을 출입하고 있었다. 그 때 과천 정부청사를 출입하면서 한 기업은행 직원을 만났고 그 직원으로부터 "기업은행 직원 임금이 국책은행 중 꼴찌"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취재해 관련 기사를 내보낸 기억이 있다.

기업은행 취재원의 말에 의하면 "당초 기업은행, 주택은행, 국민은행 등 국책은행들의 임금이 거의 같은 수준에서 출발했는데 어느 새 주택은행(나중에 국민은행과 합병) 등 다른 은행들의 임금은 상대적으로 많이 오르고 기업은행 임금이 꼴찌로 밀려났다"고 했다. 당시 다른 국책은행은 재무부 출신 등 힘센 인사가 은행장을 맡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기업은행에선 소위 모피아(재무부 출신 인사) 출신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반대가 거셌다. 그러다 보니 기업은행은 예산권을 쥔 모피아와의 관계에서 상대적 불이익이 컸던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모피아 출신들은 한동안 기업은행장 자리에 내려가지 못했다. 자행 출신 또는 한국은행 출신 등에게 낙하산 자리를 내줘야 했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 기업은행엔 모피아 출신 낙하산 인사가 재개됐다. 세월이 흐르면서 기업은행 직원들의 임금도 '탈꼴찌'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2010년대 들어 기업은행 출신들이 연이어 행장에 오른 데 대해서도 박수를 치고 싶다. 기자도 낙하산 인사 반대론자다.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 /사진=뉴시스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 /사진=뉴시스

그런데 최근 현 기업은행 출신 은행장의 임기만료가 가까워지면서 기업은행 관련 또 다른 제보전화가 기자에게 걸려왔다. 지금 기업은행 내부에선 차기행장 역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현재 노조 등 많은 직원이 "차기 은행장도 자행 출신이 돼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임금피크제 등의 대상에 있는 고참 직원들 중엔 "자행출신이든 외부출신이든 힘 있는 인사가 차기 행장에 올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가진 사람도 상당수에 달한다고 제보자가 전했다.

기자에게 제보한 분은 전직 기업은행 간부 출신이다. 그는 최근 기업은행 후배 지점장급 인사들을 만났다고 했다. 거기서 나온 얘기는 다소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그들도 당연히 자행 출신이 차기 행장자리도 이어가는 걸 선호할 줄 알았는데 반드시 그런건 아니었다"고 했다. 최근 약 10년간 기업은행엔 자행 출신 행장이 연이어 선임됐지만 고참 직원들의 퇴직 문제가 원활하게 처리되지 못하면서 고참 직원들 중엔 은행을 일찍 떠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상당수에 이른다고 했다. 국가가 주인인 은행이어서 정부와 퇴직금 관련 예산 협의 등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잘 안 돼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힘센 인사가 차기 행장이 돼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수 존재한다고 했다. 자기 퇴직금 까먹는 식의 임금피크제에 계속 머물기를 꺼리는 직원도 상당수 존재한다고 했다.

제보자는 "임금피크제 등에 걸리고 그중 조기 퇴직을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은행직원 세대교체 차원에서라도 과감히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고참 직원들의 퇴직이 다른 은행 대비 원활하지 못하다 보니 젊은 신입사원 채용이 제한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청년 고용을 늘리려 애쓰는데 현재 그런 정책방향에도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제보자는 이어 "지금 은행권에선 AI(인공지능) 시대, 디지털화 시대 등 금융산업 첨단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은행의 세대교체가 잘 안되면 급변하는 시대에 대한 적응에도 걱정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고참 직원들을 은행에 계속 붙잡아 놓고 크게 중요하지도 않은 일 시키면서 억대에 가까운 연봉을 주는 것 보다 조기 퇴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퇴직의 길을 열어주면 더 많은 젊은 인재들을 채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자는 시간을 되돌려 다시 1990년대 중반 상황으로 돌아가 보려 한다. 당시에도 "힘센 기업은행장이 필요하다"는 내부 의견이 일부 있었다. 그래야 기업은행 임금도 다른 은행을 추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약 25년이 지난 지금 기업은행 내에서는 그런 '힘 있는 행장 필요' 주장이 다시 등장했다.

기자는 지금도 "자행 출신이 기업은행장을 계속 맡는게 옳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갖고 있다. 기업은행 사정을 잘 아는 분이 기업은행을 이끌어야 기업은행 다운 성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본다. 기업은행 출신 행장이 계속 나와야 기업은행 직원들도 "나도 잘하면 나중에 행장이 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근무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자행출신 행장들도 직원들의 니즈 해결에 적극 나설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필요할 경우 정부 당국과 머리를 맞대고 퇴직관련 예산 확보 등에 적극 나서면 된다고 본다. 기업은행 역시 금융혁신을 주도하고 미래 첨단 금융을 리드하기 위해 젊은 인재 채용이 적극 이뤄지게 하려면 행장이 발 벗고 나서 정부와 논의하고 길을 터 나가면 된다고 본다. 은행원과 은행 및 나라에 도움 되는 일, 현 정부가 추구하는 청년 일자리 마련에 적극 나서는 일 등에 정부 예산당국이라 해서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차기 기업은행 행장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일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자행 출신 행장이라도 정부와 마주해 힘든 일을 해결해 내면 그런 분이 바로 힘있는 행장이 아닌가 싶다. 자행 출신 행장이 잘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못하면 "누가 되든 힘센 행장이면 된다는 논리는 언제든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점을 자행출신 행장후보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