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파운드는 새로운 상처를 핥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AP, 뉴시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AP, 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로이터 표현에 따르면 "파운드는 브렉시트 공포로 생긴 새로운 상처를 핥고 있다"는 것이다.

파운드가치는 지난 11월말 1파운드당 1.2925 달러였다가 영국의 지난 15일 총선 직전 1.3331 달러로 뛰어올랐다. 2주일 동안 3.05%나 절상됐던 건 보리스 존슨 총리의 보수당이 선거에서 이길 것이란 예상 때문이었다. 보수당이 승리하면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끝낼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보수당은 압도적인 과반수 차지에 성공했다. 그런데 예상이 실현되자마자 파운드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18일 오후 6시17분(한국시간) 현재 1.3103 달러로 총선 직전보다 1.71% 절하됐다. 2주 동안 3% 넘는 절상도 놀라운 기세지만, 이틀간의 1.7% 절하 속도는 이보다 더 거세다.

'여왕의 통화' 신세가 이렇게 급변한 것은 존슨 총리가 어떤 경우에도 내년 말까지 브렉시트를 완료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영국이 EU와 새로운 무역 관세에 대한 타협을 못해도 무조건 EU를 떠난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이런 전망을 총선 전에 전혀 못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누구나 다 이걸 알고 있었다. 달라진 점이라면 총선 전에는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으로 평가했던 똑 같은 일을 이제는 "고통을 안겨줄 확실성"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2016년 6월23일 영국의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가 결정된 후, 특히 외환시장의 투자자들이 수많은 브렉시트 법안들이 마련되고 영국의회에서 부결되기를 거듭해 온 지난 3년6개월에 대해 참을 수 없이 지긋지긋했음을 의미한다.

밥이 되든 죽이 되든 끝장을 보겠다는 존슨 총리가 끝도 없는 기대와 실망의 악순환은 끊어줄 것으로 예상됐다. 그 예상은 정확했고 이제 파운드는 확실히 매를 맞을 새로운 단계를 시작했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전인 2016년 5월까지 런던시장을 지내면서 브렉시트에 앞장섰다. 국민투표 후 당연히 총리 취임 전망이 강했으나 그는 이를 고사(?)하고 외무부장관으로 테레사 메이 총리의 새 내각에 참여했다. 하지만 메이 총리의 온건한 브렉시트에 반발해 2018년 9월 사임했다. 메이 총리가 수많은 법안통과 실패 끝에 2019년 7월 사임한 후 존슨 총리가 취임했다.

현재의 결과만 놓고 보면, 국민투표 후 그가 바로 취임하지 않고 메이 총리가 영국을 이끈 3년은 브렉시트에 대해 허송세월한 셈이 됐다.

영국이 오랜 세월 유지해 온 유럽통합의 대의에서 이탈한다는 엄청난 일을 존슨 총리가 직접 떠맡을 때까지 숨 고르는 시간의 의미가 있었다고 간주하기에도 매우 긴 세월이었다.

그러나 다른 EU회원국들에게는 충동 끝에 선택한 행위가 얼마나 오랜 세월의 고통을 주는가를 깨닫는 교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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