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총리 승리 전망과 함께 강세, 존슨의 승리 확정과 함께 폭락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지폐인물로 등장하는 파운드를 여왕의 권위척도로 평가한다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2월15일 총선 때까지만 해도 더 할 나위없는 근왕(勤王)의 충신이었다. 존슨 총리의 보수당이 선거에서 대승을 거둘 것이란 전망과 함께 파운드가치는 연일 절상됐다.

지난 8월 한때 1 파운드당 1.20 달러 아래로도 절하됐던 파운드가치는 예상대로 보수당이 압도적 과반수를 차지하자 1.3332 달러로 우뚝 솟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때부터 존슨 총리의 면모가 '여왕의 통화'를 사정없이 절하시키는 악역으로 돌변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20일 오후 1시57분(한국시간) 현재 1.3020 달러로 밀려나 있다.

원인은 보수당 대승이 가져올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영국의 과격한 유럽연합 탈퇴)'에 대한 우려다. 영국이 유럽연합(EU)과 아무런 새 무역합의가 없어도 내년 말에는 반드시 EU를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새삼 고개를 들고 있다.

이걸 외환시장에서 전혀 예상 못했던 것은 아니다. 애초부터 브렉시트는 파운드가치 절하요인이었다.

그러나 총선 전까지 보수당 승리가 파운드 절상요인이 된 것은 지나온 3년 세월이 너무나 지긋지긋했다는 공통된 정서 때문이다.

영국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을 배경으로 찍은 파운드. /사진=AP, 뉴시스.
영국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을 배경으로 찍은 파운드. /사진=AP, 뉴시스.

브렉시트는 2016년 6월23일 영국의 국민투표에서 결정됐다. 이 해 세계를 놀라게 한 양대 사건 가운데 하나가 브렉시트고 나머지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이다. 외환시장에 충격을 준 규모는 브렉시트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압도한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후 처음 열린 아시아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파운드, 엔화 등 주요 통화간 환율 곡선이 미분불가능 형태의 뾰족한 탑을 그리고 있었다.

브렉시트를 주도했던 존슨 총리는 이때 런던시장에서 물러난 상태였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후임으로 유력했지만 그는 이를 사양하고 테레사 메이 총리가 새로 취임했다. 메이 총리는 꾸준히 EU와 브렉시트의 방안에 대한 합의를 마련해 왔지만 번번이 영국의회가 이를 거부했다. 이런 식으로 보낸 세월이 3년에 이르렀다.

존슨 총리는 지난 7월23일 취임 후 보수당 의원 가운데 합의없는 브렉시트, 즉 '노딜 브렉시트'를 반대한 21명을 출당시키면서 과반수 붕괴를 자초했다. 그가 출당한 의원 중에는 니콜라스 솜스 의원이 포함됐다. 솜스 의원은 제2차 세계대전 승리의 영웅인 윈스턴 처칠 총리의 손자로 특별한 역사적 상징성을 가진 인물이다. 솜스 의원을 포함한 10명의 의원은 다음달 보수당 당적이 회복되긴 했지만 존슨 총리의 하드 브렉시트를 불사한다는 강한 의지는 분명해졌다.

3년을 영국과 EU 합의 → 영국 의회 부결 → 새로운 합의안 논의 과정에 시달려온 국제 금융시장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브렉시트의 끝장부터 보자고 갈망하는 공통 정서를 갖게 됐다. 그것이 12월16일까지의 파운드 강세를 가져왔던 것이다.

총선이 끝나고 이제 브렉시트가 가져올 새로운 유럽질서가 보다 더 뚜렷한 지금은 유럽공동체에서 떨어져 나오는 영국에 대한 냉정한 재평가를 하는 단계가 됐다.

16일 이후의 파운드 가치 약세는 이에 대한 청구서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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