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의 사회적 가치경영, 장애인 고용 확대 등 고무적...이런 정신 확산됐으면

최태원 SK 회장. /사진=뉴시스
최태원 SK 회장.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한쪽에선 절망, 당혹, 탄식, 분노한다. 그러나 일부는 박수친다. 극단이 또 다른 극단을 낳고 있다. 한국의 정치가 극단의 대치 상태를 지속하고 있고 한국의 부동산 정책, 경제 정책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나라 경제가 어렵다. 안보 위협도 커지고 있다. 여러 상황이 어지럽다. 단합하고 포용하고 양보하고 이해하고 상생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인데 그런 넉넉함과 훈훈함은 정치권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기업들과 국민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몸부림 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치권에선 다른 한쪽을 죽여야 내가 산다는 극단들이 기승을 부린다. 성탄의 정신은 아랑 곳 없다. 연말연시 성찰, 반성도 없다.  

정부 정책만큼은 중립적이고 이성적이어야 하는데 그것마저 의심받는다. 응징과 극단의 정책이 쏟아진다. 15억원 넘는 주택 구입에 대해선 대출 전면 금지령이 느닷없이 내려졌다. 특정 지역 선거 특혜 지원 의혹과 관련해 대한민국 경제 총사령부인 기획재정부가 압수수색을 받았다. 날벼락 같은 부동산 정책을 놓고는 여당 의원들마저 "보완이 시급하다"며 볼멘소리를 낸다.    

국민의 혈세로 이뤄진 막대한 규모의 새해 예산안은 제1 야당 빼고 여당 및 군소정당들이 힘을 합쳐 통과시켰다. 혈세를 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선거법, 검찰개혁법을 놓고도 첨예하게 대립한다. 여당 및 군소 야당들은 계속 힘의 우위를 과시한다. 힘 빠진 제1 야당은 극단의 투쟁으로 맞선다. 정치가 실종됐다. 

국민의 한숨도 늘어난다. 2057년이면 국민연금이 고갈된다는데 그런 꼭 필요한 대책은 오리무중이다. 북한의 상황이 험악해지고 있지만 국론은 분열돼 있다. 국회의장 했던 정치인이 격을 낮춰 총리로 간다니까 그에 대한 찬반도 거세다. 과거 청문회 탈락 인사를 중용시킨 것을 두고도 설왕설래다. 내년엔 자동차 보험료가 또 오른다고 한다. 땜질식 부동산 정책이 지속되다 보니 전세값 등이 다시 들먹거린다고 한다. 한 친여 성향의 지자체장은 집가진 사람들의 세금을 크게 올려야 한다며 자극하고 있다. 경제도 어려운데 주머니 걱정은 커진다.

국민은 무얼 해야 하나. 총선이 가까워지고 있다. 제대로 된 정치인을 뽑아야 한다. 구악을 몰아내야 한다. 총선 정책, 공약에 대한 옥석도 잘 가려내야 한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정책 잘못하면, 정치 잘못하면, 국민 무시하면, 국민혈세 잘못 사용하면, 선거에서 어떤 응징이 내려지는지를 실감케 해야 한다. 그건 국민 몫이다.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이제 믿을 건 '나 자신' 밖에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들쭉날쭉의 정치, 정책이 판을 친다. 이런 판국에 누굴 믿겠는가.

그래도 죽으란 법은 없는 모양이다. 어쩌면 정책당국 보다, 정치권 보다, 더 영향력 있는 일부 경제 핵심 주체의 변화-혁신 노력은 그나마 국민들을 안도케 한다. 재계의 변화가 그것이다. "기업은 길고 권력은 짧다"고 했는데, 기업이 그나마 변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지금 재계는 비상경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치권이 치고받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글로벌 경제 상황이 악화되다 보니 재계는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이려 몸부림 치고 있다. 젊은 인재를 과감히 기용해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대처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LG그룹이 30대 젊은 인재를 임원자리에 과감히 앉혀 패러다임 급변에 대비하는 모습이 경제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최근 기자가 한 방송사 임원과 만났을 때 그 임원이 "국무총리 자리에도 젊고 참신한 인재를 앉혔으면 좋았을 걸" 하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얘기를 듣고 공감한 적이 있다. 그런 마당에 재계라도 세대교체를 과감히 추진하면서 위기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니 일말의 희망이 보인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최근 사회적 가치 경영을 외쳐 왔는데 이번엔 "장애인 고용을 무조건 하겠다"고 역설해 주목받고 있다. SK의 경우 올해 장애인 고용을 60%나 늘렸다는 고무적인 소식도 들린다. 반가운 뉴스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상생과 포용이 시급한 시기다. 이제 정치권도 이처럼 달라지는 모습을 본받았으면 좋겠다.

최근 법원이 '노조와해 공작' 혐의를 받아왔던 삼성 고위급 임원들에게 무더기 사법조치를 내렸다. 삼성은 결국 "사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의 총수는 힐링과 되돌아 볼 일이 생겼는지 빨간 패딩을 입고 홀연히 지방 나들이를 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제 비정상이 꼼수를 부리는 일은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삼성 노조와해 의혹 관련 냉정한 판결이 이를 대변해 주고 있다.

거듭 말하지만 기업들이라도 비상경영에 돌입하며 과감히 변하는 모습을 보니 실로 다행이다. 기업들이라도 버텨야 우리 경제가 살아남을 것 아닌가. 이제 정치권과 정책 당국이 변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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