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31일 전남 여수산업단지 원유부두 기름 유출로 인해 발암물질인 '벤젠'의 대기 중 농도가 일반 기준치의 최대 50배 가량 높게 검출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방제작업에 나섰던 주민들의 소변에서는 피부질환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인 '크실렌(Methyl Hippuric acid)'이 일반인에 비해 매우 높게 검출된 것으로 확인돼 주민들 건강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원유 유출 사고를 낸 싱가폴 선사와 당시 기름 유출 규모를 축소한 의혹을 받고 있는 GS칼텍스에 대한 원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일과 건강, 민주노총 등 20여개 시민사회·노동·환경단체가 참여한 '알권리 보장을 위한 화학물질 감시네트워크'는 10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제작업에 나섰던 주민건강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달 5일부터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함께 방제 작업에 투입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휘발성유기화합물(VOC) 노출량을 평가하고, 주민 37명을 대상으로 유류 노출 사고 이후 어떤 건강상 증상들을 경험했는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이들은 "벤젠의 일반 대기중 기준 농도가 1.41ppb인데 반해 방제 현장에서는 21.4~52.2ppb가 검출됐다"며 "측정 시점이 사고가 발생한 후 5일이 경과된 때이므로 벤젠의 농도는 현저히 낮아졌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최고 50 ppb의 벤젠에 노출되고 있음이 확인돼 측정 당일까지 벤젠의 노출 위험이 남아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사 결과 참여 주민의 35%가 피부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고, 구역감과 두통 증상 호소율이 50%를 넘었다"며 "방제작업에 참가한 어민과 봉사자의 절반 가량이 고농도 발암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방제작업에 나선 지역주민의 소변에서는 피부질환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인 크실렌이 평균 56mg/g Creati. 검출됐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사고 후 5일이 경과된 시점에서의 유기화합물 노출은 예상되는 초기 농도에 비해 현저히 낮아졌다"며 "그럼에도  크실렌의 뇨중 대사산물 농도는 일반인구나 기존 연구에서의 대조군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벤젠 등 유기화합물은 사고 초기 8시간 이내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 대부분이 고농도의 유해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벤젠 노출 농도는 선진국에서 유사사고 발생시 주민 대피 기준으로 적용했던 농도 수준으로 주민들은 복구당사자가 아니라 피해당사자"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사고주변 주민들의 대피권을 보장 ▲화학물질 사고 초기대응 매뉴얼을 마련 ▲주민의 화학물질에 대한 알권리 보장 등을 요구했다.

한편 이같은 결과로 인해 GS칼텍스가 또다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기름유출사고 후 기름유출량 축소의혹과 늑장대응으로 논란을 빚은 가운데 당장 생계의 위협을 우려한 어민들이 직접 사고수습에 나서면서 건강까지 잃게되자 비난여론이 다시 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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