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당국, 정치권, 기업, 개인...모두가 비장해져야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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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2020년 새해, 경제 현장의 각오는 비장하다. 많은 경영자가 엄중한 신년사를 쏟아냈다. 그 중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의 신년사가 유독 눈길을 끈다. 김 회장은 "지난 100년보다 앞으로 10년간 더 많이 변할 것"이라며 "그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 다가올 수도 있으니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실로 공감이 가는 발언이다.

생소했던 용어들이 이미 경제현장에선 익숙한 개념들로 자리 잡고 있다. 4세대 이동통신인 LTE 보다 처리속도 20배-처리용량 100배의 5G(5세대이동통신) 경쟁은 이미 점입가경이다.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AI(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새로운 개념들이 이미 산업현장 깊은 곳에서 접목되고 있다. 산업의 기존 틀이 허물어지고 산업 생태계가 요동친다. 

엄청난 변화의 바이러스들이 산업 일자리를 대량 파괴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영역에서의 일자리를 새로 대량 창출해 낼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로지 새로운 변화의 무기들을 적극 활용하는 세력이나 나라만이 급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덜 치명상을 입거나 새로운 리더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만 있을 뿐이다. 한국은행은 "4차산업 경쟁 여부가 향후 세계 경제 방향성을 정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당장 자동차 업계를 생각하면 고용격변 우려가 끔찍하다. 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온다. 자율주행 경쟁도 치열하다. 차량 공유경제도 급성장하고 있다. 3D프린터와 AI 등이 자동차 디자인 및 공정 과정에 활용된다. 車 업계에선 첨단 인력을 대거 필요로 한다. 기존 車 고용시장이 요동칠 전망이다. 이미 서방의 대형 자동차 업체들은 수천~수만명 감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국 간판 자동차 회사에 대해서도 최대 40%의 인원 감축이 일어날 것이란 진단이 나와 있다. 공유경제가 활성화되면 자동차 수요가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공포감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생산이 급감했는데 세계경제 둔화, 車 산업 패러다임 변화, 공유경제 급부상 등이 원인이었다고 한다. 남의 얘기가 아니다.

금융 업계 변화도 예측 불허다. 과거엔 지점 많은 금융회사가 강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지점 많은 게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인터넷뱅킹, 스마트뱅킹, 디지털 금융 가속화, 비대면 금융 확산, 금융로봇 서비스 확대 속에 금융회사 기존 인력의 설자리는 자꾸 줄어든다. 올 연초에도 약 1000명이 은행권을 떠난다고 한다. 게다가 한국 또한 초저금리를 넘어 제로금리,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올 수 있다는 공포감도 금융산업 종사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예대마진 노리며 속편하게 장사하던 시대가 사라질 수 있다. 금리생활자들도 가진 돈을 어디에 운용해야 할지 더 크게 고민해야 할 날들이 다가오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일본의 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를 견디다 못해 계좌수수료 도입에 나섰다"고 밝힌 것은 한국 금융권에도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신용카드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면서 해당 업체들의 위기감은 이미 고조될 대로 고조된 상태다.

산업간 벽도 급속히 허물어지고 있다. 기존 하던 일만 편하게 하면서 기업을 영위하면 도태된다. 서로 다른 업종 간의 새로운 짝짓기가 이미 왕성해진 상태다. 금융회사와 통신회사가 손잡고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신용카드사들은 고객 정보를 무기로 빅테이터 산업 쪽으로 생존의 활로를 찾기도 한다.   

플랫폼 산업이 경제계 강자로 커나가고 있는 것도 주목받는다. 공장하나 없이 세계 최강의 지위를 노리는 인터넷 플랫폼 업체들이 득세한다. 국민들은 무심코 클릭하고 그 클릭을 무기로 무섭게 성장하는 플랫폼 업체들이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클릭하는 사람들에게도 소득을 분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변하지 않는 게 없다. 낙오자가 되지 않으려면 변화를 선도하거나 변화를 잘 추격이라도 해야 한다. 기업들이 비장해지지 않을 수 없다. 개인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각 정부-정치권이 비장해지지 않을 수 없다. 새해부터 앞으로 10년간 한국이 이런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지난해 한국의 경제는 처참했다. 소비자물가는 0.4% 상승에 그치며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수출은 10% 이상 급감했다. 고용이 악화되고 인구절벽은 심각해졌다. 초저금리는 제로금리 또는 마이너스 금리로 향할 태세다. 지난해와 같은 악화된 흐름에서 탈출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머지않아 한국은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2010년대가 끝났다. 2020년대의 새로운 10년이 시작됐다. 지난해 처절했던 경제 환경을 새로운 각오로 극복해야 한다. 경제 변화를 선도하면서 새 시대를 리드해야 한다. 기업들이 뛰어야 한다. 개인들도 실력을 갖춰야 한다. 정책, 정치가 변화의 흐름을 따라줘야 하는데 정책 신뢰도는 떨어지고 정치는 국민들의 신망을 잃은 지 오래다. 걱정이다.

정치권에게 고한다. 그리고 정책당국에 고한다. 억지로 기득권 유지하려 하지 말고 경제 살리는 일에 올인 해 달라고... 경제 망치면 아무리 노력해도 갖고 있는 기득 권력 다 잃게 될 거라고...경제 잘 운영하면 가만히 있어도 국민지지는 오를 거라고...국민 못살게 하면 기득권이든 뭐든 다 무너져 내릴 거라고...정책 몽니 없애고 규제 완화 하고 기업-국민의 경제 행보에 발맞출 수 있는 정치권과 정책당국이 되어 달라고...입으로만 국민 위하는 당국-정치권은 필요 없다고...언행일치 하는 정치권과 정책당국이 되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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