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5-30 07:17 (토)
마이너스 금리를 하면 저축률이 더 높아진다?
마이너스 금리를 하면 저축률이 더 높아진다?
  • 장경순 기자
  • 승인 2020.01.08 15: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3] 서구의 '우량 금융', 모순을 더 이상 못 감추고 있다
유로화.
유로화.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사람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너무나 관대하다. 이 세계 자체의 모순을 더 이상 감추지 못하고 노출하고 말았을 때, 이를 계기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 사람은 어려서부터 교육받아온 지배이념, 살아온 관성에 의지하는 것을 편하게 여기고 이런 '사소한(?) 기현상'은 어쩌다 한 번 발생한 일이라고 넘긴다. 어쩌다 한번 벌어진 것이 아니라 이 세계의 모순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벌어진 것이고, 이대로 놔두면 더 큰 파란을 몰고 올 것을 알아차리는 건 정말 피곤한 일이다.

'트루먼 쇼'에서 짐 켈리가 연기하는 트루먼이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의 허상, 사방과 하늘이 벽으로 막혀있는 세트장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출발점은 아버지에 대한 의심이었다. 어릴 때 아버지가 뱃놀이를 하다 폭풍우로 익사한 것을 목격한 트루먼은 물에 대한 공포까지 갖게 됐다.

그런데 어른이 된 그에게 가끔 아버지가 분명한 인물이 보이는 것이다. 이것은 트루먼의 가공세계가 말끔하게 해결하지 못한 이 세계의 모순이었다.

아버지를 담당한 배우가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이 드라마에서 하차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꾸 촬영장에 나타났던 것이다. 이 쇼를 만든 총괄지휘자 에드 해리스는 이 배우가 괘씸하지만 트루먼의 의심이 자꾸 커지면서 드라마 자체의 위기가 커지자 해결 수단으로 아버지가 살아 돌아오는 설정으로 바꿨다.

트루먼은 세상에 대해 점점 더 커지는 의심을 사무실 서랍에 숨겨뒀다. 그의 서랍에는 사랑하지만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된 여인의 닮은 얼굴을 만들어가는 모자이크가 들어있었다. 트루먼은 패션잡지 여성모델의 모습에서 눈매와 코, 입술 등 연인과 비슷한 모습을 발견하면 그걸 오려서 모자이크를 완성해 갔다.

책상서랍에 숨어있는 연인 얼굴의 공간은 조지 오웰의 '1984' 윈스턴의 집에서 '빅 브라더'의 감시카메라가 닿지 않은 작은 구석과 같은 '자유의 공간'이다.

오웰의 앞선 소설 '동물농장'에서 혁명을 일으켜 인간을 쫓아낸 동물들은 새로운 지배자 돼지 '나폴레옹'이 인간을 닮아갈 때마다 매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를 받아들인다. 마침내 '두 다리는 나쁘고 네 다리는 좋다'라는 혁명의 구호가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더 좋다'고 바뀌어도 이마저 받아들인다. 이미 나폴레옹을 비롯한 돼지들은 인간처럼 두 다리로 걸어 다니고 있었다. 나폴레옹이 원수처럼 여기던 이웃 농장의 인간주인들을 초청해 포커를 즐기면서 말다툼을 벌이는 것을 창문너머 지켜봐도 동물들은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이제 구분이 안된다고 생각할 뿐이다.

세계가 드러내는 모순에 대해 의심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되기를 거부하고 '앤더슨'으로 살아가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모피어스가 두 개의 약을 줬을 때 네오가 영화와 달리 파란 약을 선택했을 때의 길이다.

아시아 각국은 서구로부터 낮은 임금에 노동자들을 혹사시킨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렇게 피와 땀이 담긴 물건을 만들어 서구에 수출해서 돈을 번다. 한국이 '한강의 기적'으로 고도성장을 한 것도 이런 과정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수출로 번 돈이지만 함부로 쓸 마음의 여유가 없다. 수많은 나라들이 외환위기를 겪었다.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칭찬받을 만큼 '우량자산'을 많이 쌓아둬야 한다.

그래서 수출로 번 돈은 미국 국채, 달러표시 자산, 유로표시 자산으로 그대로 다시 바다를 건너간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의 이른바 선진국들은 외부에서 돈이 몰려드니 저금리, 특히 유럽과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잔치를 벌인다.

하지만 그 나라 사람들은 지금 세계가 뭔가 잘못돼 있다고 느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잘못됐으니 이를 바로잡는 행동을 하는 건 아니다. 느낌에 대해 조건반사로 반응하는 정도다.

마이너스 금리인데도 오히려 더 저축률이 높은 것이 그런 현상이다.

스위스는 마이너스 금리를 견디다 못한 UBS가 고액예금에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할 정도다. 그런데도 저축률이 20.1%다. 다른 마이너스 금리 국가 스웨덴은 16.5%, 독일 10.4%, 덴마크 8.1%다.

여기에 비해 마이너스 금리를 간 적도 없고 현재는 연방기금금리를 1.50~1.75%로 유지하는 미국의 저축률이 5.2%다.

이런 현상은 마이너스 금리 국가일수록 국민들이 향후를 더 불안하게 여기기 때문에 벌어진다.

이 세계를 휘어잡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로 세상이 흘러가지 않고 있다는 예시다.

이런 예시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면, 한국의 경제를 이끄는 사람들은 냉철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자기들이 배우고 자란 이론 틀에서 벗어나는 일이라고 해서 무책임하게 이걸 회피하려고 하면 안된다.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로그함수도 못 쓰게 된 마당인데, 경제학자들은 정말 학문적 이기주의와 근거 없는 선지자 의식을 버려야 한다. 자신들이 설명 못하는 일을 비겁하게 권력을 동원해 틀어막으려 하지 말고 내가 무엇을 못 배웠나부터 살펴봐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