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선진국 기축통화도 도토리를 닮아간다

사진=싸이월드 홈페이지.
사진=싸이월드 홈페이지.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페이스북이 10년 넘게 소셜미디어를 지배하고 있지만 페이스북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면 이보다 훨씬 앞섰던 한국의 싸이월드와 비슷한 점이 많다.

당연한 의문은 왜 페이스북은 세계를 지배하고 있고 싸이월드는 본고장인 한국에서조차 뒤로 밀려났느냐다. 페이스북과 싸이월드는 비슷한 점도 많지만 분명히 다른 점이 있기 때문에 오늘날 이와 같은 차이로 이어졌다.

우선 거론되는 차이는 싸이월드의 경우, '세계로도 뻗어나가고 싶은' 욕망을 제대로 채워주지 못했다. 한국 내에서만 쓰인 싸이월드와 달리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20년 전 미국에서 함께 공부했던 유럽이나 아프리카 친구도 찾아내 묵은 인사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싸이월드의 '소탐대실'이 자멸을 가져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싸이월드 자체의 가상통화에 해당하는 도토리다. 도토리를 통한 싸이월드의 수익추구가 폐쇄성을 더욱 키웠다.

싸이월드의 쓸쓸한 퇴장은 한국 경제에 여러 가지 깊은 메시지를 던져 준다.

오늘날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권을 다투는 페이스북과 거의 흡사한 엄청난 사업 아이템을 한국인들 스스로 개발해 손에 쥐고 있었지만 이 사업이 잘만 확장하면 전 세계를 평정할 수도 있는 아이디어라는 것을 아무도 인식하지 못했다. 이처럼 세계에서 잘 나갈만한 새로운 발명품을 한국인들이 처음 만들어낸 사례는 아마도 사상 처음이었을 것이다. 반도체나 스마트폰 등 한국의 주력 제품들은 대부분 외국에서 먼저 만들어낸 것을 한국이 뒤따라 잡은 것들이다.

싸이월드와 같은 사회관계망에 대한 확장의 신념이 없으니 지금 잘 나갈 때 이걸 활용해서 이익을 더 얻자는 속내만 앞세웠다.

관리의 편의를 위해 실명제를 고집한 것은 퇴장을 재촉한 사유 가운데 하나다. 싸이월드의 한국인들만 전 세계에 신상을 다 드러내고 사는 결과가 됐다.

사용자들의 게시물 저작권을 넘보다가 고객 이탈도 초래했다.

페이스북이 발행을 시도한 자체 가상통화 리브라는 Fed를 비롯한 많은 당국기관들에게 그 영향력에 대한 엄청난 공포심을 안겨줬다. 미국의 통화당국과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페이스북의 오만방자함을 질타했다. 이를 의식한 페이스북은 현재 리브라에 대해 엉거주춤한 상태다.

이보다 훨씬 앞서 실제로 통용됐던 싸이월드의 도토리는 이러한 제도권의 견제를 전혀 받지 않았다.

도토리가 현실의 경제체제를 교란시킬 위험이 별로 없어서였다. 이 점은 단점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싸이월드에서 통용되는 그들만의 결제수단이 바깥 경제를 교란시킬 여지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토리를 통한 지출을 사실상 계속 해야만 하는 미니홈피 세계의 구조는 고객들 마음이 더 빨리 싸늘해지게 만들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과 비교하면 도토리는 싸이월드의 무모한 자만심이었다.

이 모든 것을 요약하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우리하고 싶은 대로만 잘 살면 된다'는 우물안 개구리의 폐쇄성이었다.

비트코인은 도토리와 비교하면 운영자나 창업자들만의 독단으로 함부로 발행량이나 가치를 변경할 수 없다는 차이를 가지고 있다. 바로 이점이 무수한 논란으로 국가에 따라서는 제도적 규제를 받으면서도 비트코인이 여전히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다.

화폐나 도토리나 비트코인이나, 결제수단은 누군가의 자의로 인해 가치가 급변한다면 사람들의 신뢰를 잃게 된다.

경제를 부양하겠다는 이유로 화폐 발행주체인 중앙은행이 멋대로 그 가치를 0, 또는 마이너스로 끌어내린다면 이 화폐체제에 대중들의 신뢰가 계속 유지되기 어렵다.

지금의 세계는 선진국들의 기축통화부터 비트코인의 장점이 아니라 도토리의 단점을 더 많이 닮으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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