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한국의 불평등이 전체 지표로는 영화 '기생충'만큼 심각하지는 않다고 블룸버그 칼럼니스트가 분석했다. 그러나 이 칼럼니스트는 경제지표를 연령별과 성별로 나눠보면 심각한 불평등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인 데이비트 피클링은 12일 칼럼에서 "기생충으로만 본다면 한국은 아시아의 브라질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이라고 밝혔다. 불평등이 심한 두 나라를 언급한 것이다.

그는 그러나 "실제로는 불평등 지표로 가장 널리 쓰이는 지니계수의 경우 한국은 동티모르 다음으로 평등한 나라"이며 "프랑스, 영국, 캐나다보다 양호하다"고 밝혔다.

피클링은 또 기생충의 박씨 집안이 보여주는 서울 평창동과 같이 멋진 곳에 사는 상위 1%가 차지하는 수입의 비중은 12.2%로, 미국의 20%, 브라질의 28%보다 낮다고 비교했다.

피클링에 따르면 한국 최상위 5분위 계층의 수입은 최하위 계층의 5.3배인 반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8배, 미국은 9.4배다. 한국의 지표는 일본, 호주, 이탈리아보다 양호하고 프랑스, 독일과 비슷하다.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사진=뉴시스.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사진=뉴시스.

그럼에도 한국인들이 "지옥"에 살고 있다고 한탄하는 이유에 대해 피클링은 현재에 대한 만족보다 과거와의 비교,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비롯된다고 그는 분석했다.

피클링은 고도성장기가 지나고 성장이 둔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특히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체 평등지수는 양호하지만 노인에 대한 지표는 매우 심각하다. 노동연령층의 빈곤비율은 13%에 불과하지만 66세 이상의 빈곤비율은 4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젊은 세대는 서울에서 집을 사는데 13.4년이 걸려 뉴욕의 5.7년, 도쿄 4.8년보다 심각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이제 영국, 미국, 일본보다 높다. 기생충에서처럼 가장 비참한 등장인물이 사채업자로부터 도망 다니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라고 피클링은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 경제문제는 없지만 젊은 세대와 노인, 여성들이 불평등으로 인해 겪고 있는 고통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위험요인"이라고 밝혔다.

피클링은 "한국에서 가장 운이 좋은 세대는 1960년대와 1970년대 초 태어나 1980년대 취업을 하고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아주 싸게 집을 산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기생충에 등장하는 세 집의 가장들과 봉준호 감독이 모두 이 세대에 포함된다고 그는 전했다. 만약 이들이 괴로움을 겪는다면, 이들의 부모와 자녀는 훨씬 더 괴로울 것이라고 피클링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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