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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과세, 두 세계의 경계를 지켜야 한다
비트코인 과세, 두 세계의 경계를 지켜야 한다
  • 장경순 기자
  • 승인 2020.01.15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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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가상통화, 가상세계에만 머문다면 아무 문제될 일이 없다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세금당국이 비트코인 과세를 준비하고 있다.

세금 좋아할 사람 이 세상 어디에도 없겠지만 이 경우는 정부로부터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통화가 골프장회원권처럼 투자대상으로 '공인'받는 측면도 있다.

만약 가상통화가 무분별한 투자방식이어서 근절만이 대책이라고 법적인 결론이 난다면 과세는 애초에 말도 못 꺼낸다. 세금을 걷기 이전에 적발되는 대로 모든 비트코인을 압수 또는 폐기하고 거래자를 처벌하는 일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정부로부터 정당한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자산으로 인정을 받으니 이 세상에서 몰아내야 할 악한 존재는 아님을 공인받게 됐다.

정부의 정책이란, 옳고 그름뿐만 아니라 또 하나 중요한 점을 따져야 한다. 정책의 실행 가능성이다.

뜻은 좋은데 법령으로 정했을 때 이것이 제대로 시행될 것인가. 이는 법의 취지 못지않게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법이라도 실행 못할 법을 만들어 놓으면 오히려 이 나라의 모든 법이 웃음거리가 된다.

사회를 지탱하는 건 법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도덕과 공동체 의식, 선의의 관행이 함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뜻은 좋지만 법으로 시행이 어렵다면 법률을 만들기보다는 선량한 시민들의 지혜로 바로잡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트코인 주화 모형. /사진=뉴시스.
비트코인 주화 모형. /사진=뉴시스.

만약 정부가 모든 비트코인과 관련한 모든 행위에 대해 세금을 매기려고 하면 우선 그것이 가능할 것인지 의구심을 사게 될 것이다. 가능하다 해도 거기에 너무나 많은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 중요한 다른 일을 못한다면 그것도 큰 문제일 것이다.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사고 팔 때마다 세금 붙는 것이 싫어서 가상통화들만의 거래시장이 탄생한다면 그건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말하자면 원화와 달러, 유로 등 각국 통화들이 거래되는 외환시장과 같은 것이 가상통화들 사이에 존재한다면 이런 것까지 일일이 소득세를 부과할 정도로 정부의 행정력을 투입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볼 일이다.

법이란, 도덕에 비해 최소한의 기준을 구성원들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바람직한 생활을 권장하는 것이 도덕이라면 법은 하지 말아야 할 것과 꼭 지켜야 할 행위들을 명시하는 것이다.

법의 권위를 높이려면 그 법을 적용해야 할 행위들이 제대로 포착될 수 있도록 정의돼야 한다.

만약 가상통화 거래에 대해 과세를 한다고 하면, 가상통화가 본연의 목적대로 가상세계에서만 맴도는 거래까지 쫓아다니며 세금을 매기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현실세계의 세금당국은 이 세상의 현금과 가상세계의 가상통화 간 문지방만 지키고 있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무리 없이 과세하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과세의 취지는 앞서 말한 대로 모든 정당한 소득에 대한 정당한 과세다. 그리고 가상통화가 제일 우려를 사고 있는 것은, 비트코인이 뭔지도 모르면서 이게 투기수단인줄 알고 무분별하게 달려든 사람들이다.

정당한 과세를 하면서, 무분별한 투기를 못하도록 투자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방식은 가상세계의 가상통화에 한 번 들어갔다가 현실세계의 현금으로 돌아오려는 돈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이다. 들어가 있는 동안 이 돈이 당초의 현실세계 돈보다 늘었는지 줄었는지는 굳이 현실의 정부가 따지려 들 필요도 없다.

비트코인이 생겨난 것은 두 가지 맥락으로 보면 된다.

우선은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현실 세계의 현금 통화체계에 대한 회의가 깊어졌다. 이보다 더 오래전부터 필요성이 제기돼왔던 두 번째 이유는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가상세계가 자기들끼리 엔진을 가동시킬 재원을 필요로 해 왔다는 점이다.

첫 번째 이유, 현실 세계 통화체계가 드러내는 오늘날의 문제점을 이 글의 필자들이 계속 지적해 왔다. 그러나 어찌됐든 필자들 역시 이 체계를 잘못 운용하는 데서 비롯되는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지, 이 자체가 필연적으로 무너지게 돼 있다는 혁명적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어떻든 현실의 현금체계가 아직 권위를 갖고 있다면, 이것을 가상통화를 동원해 교란하는 것은 당국으로서 이를 단속할 매우 정당한 명분과 의무를 갖는 일이다.

두 번째 이유, 가상세계 자체의 필요에 의한 가상통화라면 호텔 델루나의 꽃처럼 가상통화는 현실 세계로 돌아올 이유가 없다. 그 곳에 가서 튼튼하게 꽃나무를 피우는 것이 이 돈이 할 역할이지, 현실로 돌아와서 잘 나가는 동네 아파트나 값비싼 외제차를 사는 수단이 되지 말아야 한다.

사실 표현이 가상일 뿐이지, 외국에서는 일부 슈퍼마켓이 오로지 가상통화로만 거래를 하는 곳도 있다. 이런 곳은 외형은 현실세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본질은 가상세계에 주소지를 옮겨놓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슈퍼마켓 주인은 두 세계에 다 몸을 담고 있으니 의식주를 위해 매출로 받은 가상통화를 일부 현금화하기는 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소득에 대한 과세가 이뤄질 수 있다.

가상세계의 돈이라면, 가상세계에서 놀아야지 현실 세계를 넘보지 말아야 한다. 이 원칙을 지켰다면 2017~2018년의 비트코인 광풍과 급락, 당국의 단속 같은 다사다난한 일들이 벌어질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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