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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푸틴, 개헌 통해 '상왕' 노린다
러시아 푸틴, 개헌 통해 '상왕' 노린다
  • 장경순 기자
  • 승인 2020.01.16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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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총리에 '성공한 관료' 국세청장... 메드베데프 총리는 안보평의회 부의장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P,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P, 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강력한 통치력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사실상 20년째 집권하고 있다.

2008년 대통령 연임 후에는 4년 동안 총리로 물러나 있었지만, 이는 헌법의 3연임 제한에 따른 요식행위였을 뿐, 이 때도 러시아의 최고 통치자는 푸틴으로 간주됐다.

헌법에 따라 그는 2024년까지 대통령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소련 붕괴 후, 무너진 세계 양강 구도의 자존심과 위상을 되살린 통치자로 압도적 지지를 받은 푸틴 대통령이지만 기나긴 세월의 통치를 통해 철벽같은 통치기반이 조금씩 느슨해지는 조짐이 나고 있다.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로부터 무력으로 병합한 데 대한 러시아 국민들의 지지는 희석되는 반면 그치지 않는 미국 등 서방의 경제제재에 대한 피로도가 커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불만이 푸틴 대통령보다는 그의 '총알받이'이자 영원한 2인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에게 집중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해 4월의 82%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68%를 유지하고 있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런 지지율을 갖고 있다면 그는 아마 올해 미국 대통령선거가 있다는 사실도 잊고 살 것이다.

그러나 메드베데프 총리와 그의 내각 지지율은 38%의 형편없는 수준이다.

내각의 지지율은 러시아 대중들의 푸틴 대통령에 대한 잠재적 불만이 찾아낸 희생양일 가능성을 던진다. 이 상황을 놔두면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급락할 소지를 안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푸틴 대통령이 던진 카드는 2024년 임기만료 후에 대한 구체적 구상이다. 그는 개헌논의를 시작하면서 러시아 정치에 대한 통제력을 다시 단단히 조이고 있다.

아무리 강한 통치자에 복종하던 사람들이라도 섬기는 사람의 임기가 다가오면 자기들끼리 후계경쟁을 벌이면서 통치력 누수를 가속화시키는 사례는 역사적으로 빈발했었다. 푸틴 대통령은 이들에게 '누가 대통령이 돼도 크게 달라질 것 없으니 경거망동 말라'는 예방주사를 놓는 효과도 가질 수 있다.

러시아 관영언론 타스와 영국의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5일(러시아 시간) 러시아 연방의회 두마에서 연례 국정연설을 통해 대통령의 권력 가운데 일부를 의회에 넘기는 개헌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메드베데프 총리를 비롯한 내각이 퇴진했고, 푸틴 대통령은 메드베데프 총리의 후임에 미하일 미슈스틴 연방국세청장을 지명했다. 외신들은 미슈스틴 국세청장이 성공적인 전문 관료라고 전하고 있다.

메드베데프 총리의 퇴진은 민심 불만을 달래는 조치로도 보이지만, 2024년 이후의 포석이란 의미가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가 러시아 안보평의회에 신설되는 부의장으로 자리를 옮기기 때문이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2012년 푸틴 대통령이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 거의 8년 동안 총리직을 지켰을 뿐만 아니라 푸틴 대통령이 불가피하게 4년 동안 총리로 내려앉은 동안 대통령을 맡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푸틴 대통령이 장기 집권을 하면서 필요한 모든 것을 메드베데프 총리가 수행해 왔다. 이제 푸틴의 2024년 이후 포석을 위한 새로운 자리로 옮겨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개헌안에서 대통령이 아닌 의회가 총리 임명권한까지 가질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의회의 힘을 강화하는 한편, 누구든지 푸틴의 후임이 되는 대통령은 축소된 권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은 총리가 제청하는 각료 임명을 거부할 수 없게 하자는 제안도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024년 이후 푸틴 대통령이 갖게 될 직함이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권력이 늘어난 총리직을 맡는 방법을 다시 쓸 수도 있다. 그러나 2018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보여준 '상왕 통치' 모델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자신을 안보평의회 종신의장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퇴임한 그는 후계자를 손수 지명하고 여전히 핵심적인 통치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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