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원에 급여 재배분, 디지털 인재 확보 등 기업 인력정책 전환

[초이스경제 곽용석 기자] 일본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력 감축정책을 내놓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2019년에 조기퇴직이나 희망퇴직을 실시한 상장기업 35사 가운데 최종 손익에서 흑자를 낸 기업이 약 60%를 차지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들 기업의 감원 수는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총 9000명을 넘어 2018년 대비 약 3배로 늘었다. 기업들이 젊은 사원에 대한 급여 재배분이나 디지털 시대에 맞는 인재 확보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실적이 견고하고 고용환경도 좋을 때 인원구성을 재검토하는 움직임으로 인재의 활발한 유동화가 진행된다고 이 매체는 평가했다.

상장기업의 조기·희망 퇴직자는 35사로 모두 약 1만1000명에 달했다. 도쿄상공리서치가 조사한 기업 수와 인력도 2018년(12개, 4126명)보다 약 3배 많았다. 전기전자 대기업이 경영위기에 빠졌던 2013년(54개, 1만782명)을 넘어 6년 만에 1만명을 초과했다.

35개 기업 실적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분석한 결과 전체 57%인 20개사가 최근 연간 최종 손익에서 흑자를 보였다. 특히 좋은 실적을 낸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개사의 감원 폭은 약 9100명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최종 적자 기업은 15사(43%)였다. 단지, 유효구인배율(구직희망자에 대한 기업들의 구인 정도)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고용 전체로서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 상업빌딩 내 직원들.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AP, 뉴시스.
일본 상업빌딩 내 직원들.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AP, 뉴시스.

'흑자 구조조정'에서 두드러진 곳이 제약업계다. 주가이제약(中外製薬)은 2018년 12월 순이익이 2년 연속 사상 최고를 경신했고, 작년 4월에 45세 이상 조기 퇴직자를 모집해 172명이 응모했다. 아스테라스제약도 작년 3분기 순이익이 전분기 대비 35% 늘어났음에도 지난해 3월 약 700명이 조기 퇴직했다.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인공지능(AI)과 같은 디지털 기술의 진전에 따라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주가이제약은 "기존 기술이나 전문성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인력 배치의 적정화를 서두르고 있다.

고도 기술을 가진 인재나 젊은 층을 잡기 위해 고액 보수로 경쟁하는 구도도 뚜렷하다. NEC는 작년 3월까지 1년 사이에 약 3000명의 중장년층이 그룹을 떠났고 신입사원에게는 능력에 따라 연 1000만엔(약 1억60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 후지쓰도 2850명을 감원했지만 디지털 인재에 최고 4000만엔을 연봉으로 지급할 구상도 갖고 있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가진 대기업에서는 중장년층의 급여 부담이 무겁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대기업에서는 50~54세(남자) 평균 월급이 51만엔으로 가장 높고 45~49세도 46만엔이다. 쇼와여자대학의 야시로 나오히로 특명교수는 "일손부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장년에게 주는 높은 임금자원을 젊은 인력으로 재배정할 필요가 있다"고 이 매체에 지적했다.

올해도 이러한 흐름은 강해질 전망이다. 아지노모토는 이번 달부터 50세 이상 관리직 10% 이상에 해당하는 100명 정도의 희망 퇴직자를 모집한다. 올해 조기퇴직을 실시할 예정인 기업은 현재 9곳(총 1900명)으로 이 중 7곳이 작년도에 최종 흑자를 전망하고 있다.

정년 후를 내다보며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커리어로 전환, 오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늘어나는 등 근로자들의 의식도 바뀌고 있다. 바로 현장 투입이 가능한 중장년은 중소기업 등에서의 문의가 많은 편이다. 인재 소개 대형 3사의 실적을 토대로 지난해 4~9월, 41세 이상 전직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 계층별로 가장 많이 늘어났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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