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서성 태원(현재이름 산시성 타이위안)은 전통적으로 무를 숭상해 강력한 군사력을 배출해 낸 곳이다. 전국시대 7국을 통일하려는 진나라에 가장 강력하게 맞섰던 것은 바로 이 지역을 지배한 조나라였다.

 
조나라 무령왕은 거추장스런 중국식 복장을 버리고 이른바 ‘호복(오랑캐 풍의 복장)’이라는 통이 좁은 바지를 백성들에게 입게 했다. 그는 중국 최초의 강력한 기마군대를 창설해 진나라 국경선에 집결시켰다.
 
또한 왕위마저 일찌감치 아들에게 물려주고 ‘주부’라는 호칭을 썼다. 호기가 발동한 무령왕은 진나라 소양왕(진시황의 증조부)이 도대체 어떻게 생긴 인간인가를 보고자 했다. 진나라로 가는 사신의 수하로 변장해 소양왕과 문답까지 주고받고 있다.
 
이 때, 소양왕은 직감으로 무령왕의 정체를 의심했다고 한다. “대저 남의 밑에 있는 사람이란 그 기색을 숨길 수 없는 법인데, 지금 조나라 사신의 수하는 전혀 누구를 섬겨 본 적이 없는 사람 같다”고 측근에게 털어놨다.
 
얼마 후 진 소양왕은 문제의 인간이 유력한 적국 임금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고 한동안 두려움에 떨었다고 한다.
 
훗날 진나라와 조나라는 장평이란 곳에서 춘추전국시대 최대의 격전을 벌이게 된다. 사마천의 사기에 따르면 이 전투에 두 나라는 각각 40만~45만의 병력을 투입했다.
 
한고조 유방이 항우를 물리치고 천하를 통일한 후 태원 방면으로 이민족이 쳐들어왔다. 유방은 진희라는 장수에게 10만 토벌대를 내줬다. 출정을 나간 진희는 외적의 침략은 물리쳤지만 곧 유방에게 모반하는 본심을 드러냈다. 그는 ‘토사구팽’을 당한 공신 한신의 심복이었던 까닭이다. 진희가 태원 일대에서 반군을 일으킨 것은 그 곳이 강한 군대를 양성하기 딱 좋은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중국사에서 ‘무(武)’를 숭상하는 땅으로 널리 알려진 타이위안이지만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애플의 하청업체 팍스콘의 공장이 있는 곳으로 더 많이 뉴스를 타고 있다.
 
24일 이곳에서 노동자들간에 대규모 폭력사태가 벌어져 팍스콘 공장이 폐쇄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애플의 아이폰 생산 차질을 우려해 애플 주가마저 하락했다.
 
팍스콘은 “노동자들간의 다툼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공장의 악명높은 열악한 근무조건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팍스콘은 중국 전역에 100만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으며 타이위안 공장 인원은 8만명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가혹한 노동환경으로 2010년 이후 19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화려한 겉모습을 자랑하는 초일류 스마트폰 회사의 이면에 이처럼 어두운 하청업차의 현실이 감춰져 있다.
 
그 옛날 강대국 진에 당당하게 맞서던 조나라의 땅에서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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