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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누리는 '이유 없는 호황'의 정체는?
미국이 누리는 '이유 없는 호황'의 정체는?
  • 장경순 기자
  • 승인 2020.01.22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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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연초부터 세계가 뒤숭숭한데도 뉴욕증시는 건재
뉴욕증권거래소 스크린. /사진=AP, 뉴시스.
뉴욕증권거래소 스크린. /사진=AP, 뉴시스.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미국 금융시장은 2020년 새해가 시작됐어도 여전히 건재하다.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세계 곳곳에서 심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미국증시는 그때만 잠시 출렁거릴 뿐, 금세 상승세를 되찾곤 한다.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사령관을 살해했어도, 중국에서 전염병이 발생해 전 세계로 감염이 확산되고 있어도 미국 시장은 소폭 조정에 그쳤다. 연초 20일 동안 S&P500은 3%, 나스닥 지수는 5%가 올랐다.

무엇 때문에 미국의 금융은 이런 호황을 누리는가. 이것이 과연 트럼프 대통령의 '선정' 때문일까.

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은행의 외환거래수석인 레이 애트릴은 1월20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Fed(연준)의 대차대조표 크기와 미국 위험자산의 실적이 묘한 관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Fed의 채권보유량이 2019년 9월에 비해 11% 증가한 가운데 안정성보다 수익을 중시하는 투자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애트릴은 이 기간 뉴욕증시가 호황을 누리는 원인이 Fed가 9월부터 자금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펀드멘털에 의한 상승세를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중앙은행의 부양책에 이끌려가는 측면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Fed가 자금을 투입한 2019년 9월, 미국 단기자금시장에서는 FOMC(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금리가 인하되기 직전이었는데도 콜금리가 10%를 넘어갔었다. Fed는 500억 달러의 긴급자금을 투입한 후 10월부터는 매월 600억 달러의 채권을 매입하기로 했다. Fed는 이 조치가 양적완화를 다시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는데 부심했다.

미국 자금시장이 돈의 풍년을 누리는 것은 단지 중앙은행의 부양책 때문만도 아니다.

전 세계에서 돈을 싸들고 미국 자산을 사려고 몰려드는 게 20년도 넘게 지속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이 1997년 외환위기를 겪고 난 후 이런 경향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

한국처럼 위기과정에서 통화가치가 크게 절하된 나라들은 반대효과로 수출이 늘었다. 덕택에 고갈됐던 외환보유가 튼튼해졌다. 이 돈을 다시 미국 자산에 대한 투자로 역류시키고 있다. 이것은 위기를 겪은 나라들뿐만 아니라 중국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압도적 1위의 외환보유액은 중국 역시 얼마나 미국 자산 매입에 치중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미국으로 워낙 많은 돈이 들어오니 전통적 개념의 안전자산이 고갈됐다. 더 이상 살 것은 없는데 여전히 '미국 안전자산'의 표시만 붙어있으면 매입하려는 자금이 줄을 이었다. 마침내 전혀 안전한 것이 아닌데 거죽만 '안전'표시를 붙이는 모기지 담보 채권들이 나왔다. 이것을 전 세계 투자자들이 덮어놓고 사들였다가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고 말았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위기가 미국이나 유럽에서 발생해도 결과적으로 이들 지역의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아진다.

아시아 역내에 대체 투자대상으로 인정받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이나, 중국이나 수출을 열심히 해서 번 돈을 다시 미국시장에 갖다 바치고 거기서 남는 것은 '투자다변화'라는 이름으로 유럽으로 들고 간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마이너스 금리로 국채를 발행하는 비결은 여기 있다.

이것이 2020년이 돼서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전 세계 금융을 이끌어가는 미국이 12년 전 경제위기 때, 부실기업을 퇴출시키는 등의 부실청산보다는 마약처방을 했고 그걸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양적완화, 마이너스 금리, 심지어 헬리콥터머니라는 이상한 단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처음 듣는 어려운 단어는 학자들의 깊은 지식이 담긴 것처럼 들리지만, 본질은 사실 학자들이 이제 더 이상 수학이론도 쓸 수 없는 무장해제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리먼브러더스는 사라졌지만 또 어디의 무엇이 리먼이 될 지 크게 유의하는 사람도 없다.

그래도 서방 금융시장은 든든한 1차의 충격막을 갖고 있다. 아시아다.

아시아가 대안 없이 서구 금융의 부실에 대한 보험노릇을 하는 근본 이유는 자체의 담보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담보가 없다는 것은 금융을 통한 자원배분을 못한다는 것이다.

아시아 자산의 담보를 통한 유동화를 활성화시켜 줄 권위가 필요하다.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수출해서 번 돈을 서양의 마약구입 비용으로 낭비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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