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누설 소동... 4분기 헛소문 일축하기 어려웠다

한국은행의 경제지표 발표 현장. /사진=뉴시스.
한국은행의 경제지표 발표 현장.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경제성장률 발표에 대한 잡음으로 시장 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22일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발표를 앞두고 채권시장에서 1.9%였다는 소문이 확산됐으나 실제 발표는 2.0%였다.

한은 발표 시점에 이 정도 차이는 명백한 헛소문에 해당한다. 소문을 믿었다가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억울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특히 경제당국의 경제지표 발표는 모든 시장참가자에게 동등하게 제공된다는 원칙을 믿지 않은 데 따른 책임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헛소문을 일축하기 힘든 지난해 금융시장의 사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4월24일 외환시장에서는 오후부터 갑자기 달러매수가 쏟아져 원화환율이 9.1원 급등했다. 다음날 한국은행이 발표할 성장률이 매우 안 좋을 것이란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한은은 같은 달 25일 시장이 열리기 전, 2019년 1분기 성장률을 마이너스 0.3%로 발표했다.

이런 일을 겪은 투자자들이 메신저 등을 타고 확산되는 소문을 모두 일축하기는 매우 어렵다.

2016년까지 외국계은행에서 채권투자를 담당하던 A씨는 "당시만 해도 발표될 지표를 애써서 미리 알아내려는 사람도 없었고, 그런 얘기가 미리 돈다고 해도 별로 관심을 끌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중요 경제지표 누설 소동을 원천 차단하려면 유포한 자의 적발과 처벌뿐만 아니라, 시장이 이를 일축할 수 있는 당국의 신뢰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한국은행의 GDP 발표 소동은 매우 뿌리가 깊다. 2001년 3분기에는 내외신을 막론한 언론과 당국의 합작으로 엄청난 소동을 빚었다.

먼저 국제적으로 유력한 외신이 한은이 아닌 다른 당국자의 발언이라며 성장률을 1.0%로 보도했다. 그러나 공식발표 직전 국내 언론 한 곳이 역시 같은 당국을 취재원으로 인용하면서 1.4%로 보도했고 이 때는 이를 보도제한(엠바고) 파기 상황으로 간주한 다른 언론들이 보도에 나섰다.

한은 발표 결과, 1.4%가 맞는 것으로 드러났다. GDP 등 국민계정 통계는 한국은행 공보실과 출입기자실에 의해 '상시 엠바고'가 적용되고 있다. 맞는 통계든, 틀린 통계든 발표 이전의 사전 보도가 제한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무수한 언론사가 일시적으로 출입과 자료제공 제한 조치를 받았다. 사실과 전혀 다른 숫자를 보도한 외신은 시장혼란 초래를 이유로 징계기간이 더 확대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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