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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날 "취직했냐" 묻자 "유튜브합니다"라고 한다면
명절날 "취직했냐" 묻자 "유튜브합니다"라고 한다면
  • 장경순 기자
  • 승인 2020.01.26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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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경험소비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
한국전통음식연구소의 '설 차례상 차리기' 시연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전통음식연구소의 '설 차례상 차리기' 시연 모습. /사진=뉴시스.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연휴 때 친척 어른이 물었다.

"취직했냐."

"예. 프로게이머하고 있습니다."

"그걸로 어떻게 먹고 사냐"라는 반응만 전부였던 것은 아니다. 2008년 무렵의 얘기다.

이 때 어른들도 게이머 중에 억대 연봉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이런 어른의 비중은 극히 일부였다. 어른들이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게 된 것은 10대 아들들 때문이었다.

사춘기의 폭풍이었는지 모르지만 상당수 중고등학생들이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졸라대는 바람에 마침내 부모들까지 이걸 진지하게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온게임넷이나 MBC게임의 스타크래프트 취재를 하던 기자들은 주변 선배나 어른들로부터 많은 문의를 받았다. 아들이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어 하는데 어떡하면 좋겠냐는 것이었다.

1998년에 탄생한 이 게임은 2000년이 지나면서 삼성, SK, KT, CJ, 르까프, STX, 팬택 등 굴지의 기업들이 게임단을 만들어 방송을 통해 팀리그와 개인챔피언리그를 벌였다. 2007년에는 공군이 게임단을 만들어 팬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짧고 굵은 폭풍처럼 몰아쳤던 스타크래프트의 위상이 현재까지 그 어떤 게임보다도 위력적이었던 것은 화면에 비치는 선수들의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이들은 한 결 같이 머리스타일에서 유니폼까지 방송에 늘 등장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연예인과 다를 바 없는 용모를 갖추고 있었다. 대기업들이 관리하는 선수들인 만큼 전문화된 손길을 거쳐서 화면에 등장했던 것이다. 그런 소양들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스타크래프트1은 뒷전으로 물러났어도 당시 선수들이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1 프로게이머는 이른바 '경험소비'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첫 번째 주요 사례다. 경험소비는 다른 사람이 경험한 것을 내가 소비한다는 뜻이다.

내가 하는 게임이 아니라 남들이 하는 것인데도 엄청난 재미가 있고 훌륭한 여가선용 방법이 됐다. 매주 경기가 열리는 e스포츠 스타디움은 재치 있는 응원도구를 공들여서 만들고 온 관중들의 환호가 가득 찼고 광안리 해수욕장에서의 경기에는 10만 명 관중이 몰려들었다.

10년 세월이 훌쩍 지난 지금은 새로운 경험소비 문화가 등장했다. 스타크래프트에 비해 이 새로운 방법은 공급자가 훨씬 커졌다. 프로게이머들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 모두가 스스로 공급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유튜브를 말하는 것이다.

억대 프로게이머가 있는 것처럼 유튜브도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회사는 잘 다니냐."

"그만 두고 유튜브 합니다."

명절 때 이런 얘기를 하면 예전 스타크래프트보다는 어른들의 이해와 공감을 얻기 쉽다.

물론 그런 거 하려고 멀쩡한 직장을 때려치웠냐는 어른이 여전히 많다. 하지만 유튜브는 앞선 인터넷문화와 달리 노년층에도 엄청난 전달력을 갖고 있다. 어떤 어른은 조카가 그걸 한다는 말에 '백만원군을 만났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부 어른은 "그거 이미 한 물 지나갔다던데"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경험소비라고 하지만 이것이 현재 세상에서 정착되려면 한 가지 중요조건이 있다.

큼직한 강당을 매일 쓸 수 있고 이곳에서 수 백 명에게 멋진 해외여행 경험을 실감나게 전달하고 듣는 사람들은 깊은 인상을 받고 돌아간다 해도 이런 방법은 무슨 문화코드를 만들지 못한다. 아무리 매일 수 백 명이 많은 인원이라고 해도 요즘 세상에서 이 정도는 한강변의 모래 몇 알에 불과하다.

이 강의 장면을 유튜브 같은 소통채널에 담아 그것이 인기를 얻었을 때 문화코드의 한 축으로 들어선다.

요즘의 공유와 정보사회가 원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주요 광고주들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신의 광고가 얼마나 전달되는지를 쉽게 집계할 수 있다.

동영상에 담기 전, 강당에서 열리는 행사 때마다 홍보물을 갖다 놓은 들 인원은 수 백 명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어제 온 사람이 오늘 또 온 건지도 알 길이 없다.

새로운 문화의 창출은 대중의 취향에 산업사회의 부가가치 생산 방식이 맞아떨어졌을 때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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