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핵재난 다룬 '체르노빌' 빗대는 방식으로 우한사태 비판
트럼프는 시진핑을 빗댄 표현...이런 방식으로 당국 검열 회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 뉴시스.
시진핑 중국 주석(왼쪽),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 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중국 사회관계망(SNS)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급격히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확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인들이 비난하고 있는 사람은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다. 여기서 트럼프는 시진핑을 빗댄 표현이다.

뉴욕타임스의 27일(미국시간) 보도에 따르면 사회관계망에는 당국자들을 향해 독설을 퍼붓고 조롱하는 글들이 가득하다. 뉴욕타임스는 정부가 여론을 강하게 통제하는 중국에서 전에는 볼 수 없던 현상이라고 전했다.

중국인들이 당국의 단속을 회피해 강한 비판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트럼프 대통령으로 언급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창궐을 소련의 체르노빌 사태로 표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이로 인해 중국 당국의 검열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우한시 당국자들에 대해서는 이런 우회적 방법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우한시장의 27일 공식발언에 대해서는 "만약 바이러스가 공정하다면 이 쓸모없는 인간을 예외로 하지 말라"는 의견이 붙었다.

뉴욕타임스는 그러나 중국 당국이 이같은 비판여론을 다시 강하게 단속하려는 움직임에 나섰다고 전했다.

시진핑 주석과 고위관료들의 지난 주말 회의에서는 대중여론의 선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 마련됐다. 중국공산당의 공보를 맡고 있는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는 최근 리커창 총리가 주임을 맡은 대책반의 부주임에 임명됐다. 중국의 대중적 메신저인 위챗은 지난 주말 소문에 대해 강하게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이 발언을 내놓기 전 웨이보에 "그 사람(시진핑 주석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임)은 어디에 있나"라는 의견이 올라왔으나 이 글은 삭제됐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단속을 피하기 위해 중국인들은 시 주석을 "트럼프"로 언급하며 악담을 퍼붓고 있다. 아울러 영화사이트 더우반에는 소련의 핵재난을 다룬 TV 시리즈 '체르노빌'에 빗댄 비판적 의견이 넘쳐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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