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 불허 탓하기 보다... 다른 사실이 드러나는 것도 있을 것

인천 국제공항에서 중국발 입국자들을 검역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인천 국제공항에서 중국발 입국자들을 검역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원래부터 중국인에 대한 세계적인 경계감에는 건전하지 못한 특정 인종이나 국가에 대한 혐오감이 내포돼 있었다. 인류의 지성으로 극복해야 할 그릇된 의식이 분명하다.

사실 중국은 앞서 고도성장기를 지난 한국과 일본이 겪지 못한 억울한 푸대접을 받는 면이 있다.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이 부쩍 늘어나면서 현지풍속에 어긋난 행동이 나올 때마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사회관계망에 이를 비꼬는 게시물이 등장해 세계적으로 '바이럴'해지고 있다.

중국인들이 외국 땅을 많이 산 것도 반가운 투자 대접을 못 받고 밴쿠버와 뉴질랜드 같은 살기 좋은 동네의 집값을 올려 현지인들을 집 없는 신세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산다.

이런 마당에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한 것은 그동안 누적된 중국인에 대한 혐오감이 강하게 분출되는 출구가 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 병의 세계적 확산이 심각한 마당에 '지성의 힘으로 허위의식을 물리친다'는 얘기는 전혀 그 누구의 마음에도 와 닿지 않는 한가한 음풍농월이 되고 있다.

나라마다 무엇이든 한 명의 감염이라도 막을 수 있는 길이라면 정부가 더 늦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빗발친다. 한국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초기에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중국인 입국을 금지한데 대해 '아시아의 도널드 트럼프'라는 두테르테 대통령이니 할 수 있는 것이지, 다른 상식적인 지도자는 저랬다가 득보다 실이 훨씬 더 많은 것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사고방식이 바로 앞서 말한 한가한 음풍농월로 간주돼 어디 가서 입 밖에 꺼내기도 힘들게 됐다.

물리적인 특정국가 국민 입국불허가 과연 병의 확산을 막는데 실제 도움이 되는지 확실하지는 않다.

미국이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자 중국 외교부는 이를 비난하고 나섰다.

하지만 중국으로서는 생각의 틀을 바꿔 이걸 비난할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자국민 해외여행을 단속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떻든 시간이 지나면 인류 자체가 병에 대한 저항력을 갖게 돼서 병은 사라지게 된다. 그 때가서 모든 것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인류는 수없이 많은 전염병과 싸워왔지만 이번의 전염병처럼 특정 국가에서 생겼고 그 나라 때문에 퍼지고 있다는 인식이 강한 사례는 매우 유례가 드물다. 중국이 아직도 정보가 투명하지 않은 나라인 점도 있겠지만 오랜 세월 누적된 중국인에 대한 까닭 없는 편견이 거기에 날개를 더 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병의 확산과 함께 중국이 겪고 있는 큰 손실 가운데 하나는 나라마다 그동안 중국과의 우호를 강조해 왔던 사람들이 크게 발언대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날마다 확진자가 늘었다는 뉴스가 나오는 마당에 중국과의 우호가 궁극의 해답이라는 얘기는 꺼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입국금지를 막는 미국의 조치가 과도하다고 해도 그에 대한 중국의 항변이 당연하다고 공감하고 나설 수도 없다.

만약 중국이 2015년 한국 여행을 단속할 때처럼 자국민 해외여행을 막는다면 까닭 없는 중국 혐오의 커다란 근원 하나를 원천적으로 소멸시키게 된다.

또 하나, 수많은 중국인들의 방문 덕택에 번영을 누리던 사람들이 전혀 그 고마움을 표현한 적도 없다가 전염병으로 인해 혐오감만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에 대한 인과응보가 될 수 있다.

만약 중국인 해외여행객이 일거에 사라진다면 그동안 이들 덕택에 풍요를 누리던 사람들이 어디인지가 쉽게 드러날 것이다.

이와 함께, 원래부터 중국과 무관하게 병이 지나갈 곳이었는데 쏟아지는 괴담에 편승해 덩달아 편견과 혐오감을 높인 사람들을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

중국은 전염병의 방역 차원을 넘어 미국과 세계 제1대국의 패권을 다투는 나라다. 천하의 맹주가 되는 길은 무력이나 돈이 아니라 세계인의 신뢰를 얻는 '덕'에 달려 있음을 중국인들의 오랜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크나큰 시련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이 나라가 과연 제1대국의 리더십을 가졌는지를 보여주는 근거가 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모든 것이 시간을 다투는 일이다. 기왕 할 거라면 이것저것 재서 해봐야 뒤늦은 생색으로 간주된다. 근거 없는 불안이 퍼져나가는 시기엔 생각도 못한 이른 시기에 나오는 과감한 대응이 큰 무기가 된다.

지금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전 세계인들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된 뉴스는 폐쇄된 우한 시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시민들의 모습이다. 식탁을 개조해 부부가 탁구를 하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마루에서 명절 사자춤을 추는 동영상은 어떻든 이번에도 큰 시련을 이겨내는 인류의 부드러운 강인함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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