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의 축구 국가대표시절 모습. /사진=뉴시스.
기성용의 축구 국가대표시절 모습.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한국 축구팬들의 아쉬움이 대단히 크다. 기성용의 국내복귀가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프로축구를 전담 취재하는 입장이라면, 협상의 양측 가운데 어느 쪽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지적할 수 있겠지만, 프로축구가 아닌 하나의 산업으로서 프로스포츠를 접근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시비를 함부로 논할 수 없다.

축구에 대한 국민들의 인기가 최근 몇 년 동안 상당히 높아졌지만, 해외에서 '금의환향'하는 스타들을 담아내기에는 시장이 아직 작다는 점을 실감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번에도 어떤 구단은 이를 부정하듯 상당히 적극적으로 기성용 영입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원래 소속했던 구단이 인색했다고 해서 많은 팬들의 원망을 사고 있다. 세계 최고리그에서 활약했던 스타가 돌아오는 사례를 처음으로 만들어내면 향후 국내 축구에 얼마나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지 생각할 때 대단히 아쉬운 점은 있다.

하지만 해당 구단의 입장에서 본다면 지금의 비난이 섭섭할 소지는 있다. 애초에 기성용을 스코틀랜드로 보낼 때 '대승적' 차원의 여론을 감안해 불이익을 감수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소지가 남는 것은 기성용이 국내 복귀할 때 원래 소속구단이 아닌 다른 구단을 선택한다면 별도의 비용을 내야 한다는 부분이다. 이것은 현재 국제축구계가 세운 이적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구단은 10년 전, 팬들의 여망에 부응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선뜻 그의 이적에 동의하는 대신 그에 대한 일종의 보상으로 이것을 넣은 것이지만, 굳이 따지면 앞선 배구 국가대표 김연경에 대한 이적파동 비슷한 일이 벌어질 소지가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당사자들이 모두 더 이상 갈등을 회피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연경 파동' 때도 일반적인 원칙과 다른 국내 규정을 선수에게 강요했다가 국제 배구계로부터 일축 당했었다. 상당히 오랜 기간 언짢았을 일이 분명한데 선수가 이후에도 국가대표로서 사명을 다하는 데는 한 치 소홀함이 없다.

차제에 국내프로스포츠의 이적과 자유계약선수(FA)에 대한 어리석은 자충수들을 재검토해야 한다.

산업적으로 이 문제를 보는 입장에서는 이게 단지 스포츠계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재계가 변하는 시대에 당연히 해야 할 인식 전환을 게을리 한다면 모든 분야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다.

한국 프로스포츠의 관련 규정들을 보면, 지금도 여전히 '한 직장 평생봉사'라는 1970년대 가치관의 흔적이 느껴진다.

나를 뽑아주신 직장에 입사해 정년퇴직 때까지 충성스럽게 일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는 것이다.

이런 가치관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FA제도는 무분별한 혼란을 가져오는 죄악으로 간주되기 쉽다. 특히 프로야구에서 FA가 도입될 때 이 논란이 극심했다. FA를 요구하는 양준혁 등의 당시 선수대표들을 구단관계자가 불순세력 취급했다가 격렬한 비난을 자초했다.

하지만 제도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막을 수 있으면 최대한 막고 보자'는 식의 무분별한 규정들이 여기저기 포함됐다.

말하자면 '변화는 곧 죄악'으로 여기는 이른바 '꼰대'적인 심정의 발로가 기왕 도입되는 제도의 의미를 최대한 깎아내렸다.

이 글에서 주목하는 것은 선수 개개인의 직업선택 자유와 같은 개념이 아니다. 과연 그런 원시적 규정들이 프로스포츠단 자신들에게도 이익이 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프로야구는 한번 FA가 돼도 4년이 지나야 다시 FA가 된다. 계약을 2년 밖에 안했어도 나머지 2년도 여전히 구단에 묶여있는 상식에 어긋나는 규정을 갖고 있다.

이것이 과연 한번 FA가 된 선수들의 연거푸 FA선언하는 걸 막아주는 좋기만 한 규정인가. 구단 입장에서도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구름 같은 팬들을 야구장으로 불러 모으는 간판급 선수들과의 재계약이 매년 이 규정 때문에 발목을 잡힌다. 간판급 선수란 대개 30대 초반 또는 중반으로 접어드는 연령대다. 일부는 이미 기량 저하 조짐도 보인다. 하지만 선수는 재취득에 필요한 4년 계약만을 희망한다. 구단은 재계약 다음 한 두해는 몰라도 3년차, 4년차는 선뜻 내키지 않는다. 수많은 '레전드'들의 타의에 의한 은퇴를 앞당긴 규정이기도 하다.

쓸데없이 까다로운 보상선수 규정도 끝내는 구단들의 자승자박이 됐다. 'FA 선언은 배은망덕(?)한 것이므로 웬만하면 하지 마라'는 심보로 보상선수 굴레를 더 가혹하게 했는지는 몰라도, 인기에 의지하는 프로구단이 보상선수 굴레에 묶인 원 소속 FA를 끝내 외면 못하는 것이 대부분 현실이다. 끝내 구단들은 '사인 앤 트레이드'와 같은 복잡한 방식으로 보상선수 규정을 피하기에 이르렀다. 구단들 스스로 만든 불필요한 족쇄 때문에 구단들이 직접 이를 우회하는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민훈기 스포TV 야구해설위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FA 취득기간도 줄이고 올 시즌 뒤에는 'FA 등급제'가 도입되는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일부의 이기주의로 인해 늘 진전이 더딘 편"이라고 지적했다. 재취득 4년에 대해 그는 "말도 안되는 규정이지만 올 겨울 2년 등 짧은 계약들을 통해 사실상 깨지는 분위기는 있다"고 밝혔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심정에만 의지해 무턱대고 도입한 한국만의 규정이나 국제적 원칙에도 어긋난 이상한 계약을 섞어 넣어서 팬들로부터 그들이 아끼는 선수를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 그것 때문에 가장 실질적인 손해를 보는 건 구단들이다.

당연히 해야 될 변화인데, 이전 시대의 낡아빠진 심정에만 매달리는 어리석음은 스포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창업주 시절인 1970년대 이자가 15%를 넘어갈 때, '은행만 있으면 땅 짚고 헤엄친다'는 심정에만 사로잡힌 참모들이 저금리 시대에도 자꾸 금융을 들쑤셨다가 2세, 3세 총수가 모진 고초를 겪었다든지, 세상은 새로운 유틸리티 차량에 환호하는데 "자동차는 무조건 세단"이라는 관념으로 오랜 기간 실적부진을 겪는 것들이 다 이런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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