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가짜뉴스는 과학적 증거로 죽지 않는다"

폴 크루그먼. /사진=뉴시스.
폴 크루그먼.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폴 크루그먼은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다.

그가 17일(미국시간)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좀비 사상"의 폐해를 지적했다. 좀비 사상이란 이미 과학적 증거에 의해 사망선고가 내려진 것인데,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 횡행하고 있는 사고방식이다.

크루그먼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심각한 좀비 사상은 우익성향 미국인들 사이에서 횡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칼럼에서 민주당의 중도성향 대통령 후보인 마이클 블룸버그와 피트 부티지지마저 "좀비들에게 뇌를 잡아먹혔다"고 혹평했다.

블룸버그는 뒤늦게 뛰어든 민주당 경선에서 아직 열세에 처해 있지만,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이길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적 금융매체인 블룸버그의 창업자로 엄청난 부자일 뿐만 아니라 12년의 뉴욕시장 경력을 갖고 있다.

부티지지는 이번 대선 최초의 격돌지였던 아이오와 코커스의 깜짝 승리로 기세를 올리고 있는 후보다.

크루그먼은 좀비사상의 대표적인 예로 2008년 금융위기를 거론했다. 그는 이 위기에 대해 "효율적인 금융 감독체계가 몇 십년동안 잠식된 때문이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이렇게 과학적으로는 결론이 분명한데도 크루그먼은 "우파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며 "진보주의자들이 순진한 금융인들을 가난한 사람과 유색인종에게 더 많이 대출해주도록 내 몬 때문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크루그먼은 "일부 영향력 있는 인사들까지 이런 주장에 동조한다"며 블룸버그가 그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같은 좀비 사상에 대한 확실한 반박 근거로 "부실대출이 정부나 제도권 금융기관이 아니라 제도권바깥의 모기지 분야에서 비롯된 것이며 투자자들은 금융제도가 자신을 보호해 줄 것이란 잘못된 믿음을 가진 것"이라고 밝혔다.

크루그먼은 "주택거품이 국제적 현상으로 미국보다 스페인에서 더 심각했다"며 "미국 진보주의자들이 스페인 은행의 부실대출도 부추겼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좀비사상, 말하자면 극단적 가짜뉴스는 증거로 죽일 수 없다고 크루그먼은 지적했다. "'이게 다 진보주의자들 때문'이란 거짓말은 지금도 횡행한다"고 그는 밝혔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또 다른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이 블룸버그를 민주당 경선의 실격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크루그먼은 "블룸버그가 잘못된 정보 때문이었다고 인정한다면 관용의 여지는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부티지지에 대해 크루그먼은 "정부부채 문제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통해 또 다른 좀비 사상에 빠져 있다는 비난을 듣는 것이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부티지지도 해당되는 과도한 '정부 부채 집착'은 '금융위기 음모론'에 비하면 가벼운 거짓말이지만 이는 경제학적 연구와 경험으로부터 철저히 일축된 주장이라고 크루그먼은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이 당내 좌파보다 중도좌파를 선택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며 버니 샌더스와 같은 극단적으로 간주되는 후보는 통상적으로 선거에서 불이익을 안게 된다"며 "그러나 좀비한테 뇌를 잡아먹힌 중도성향이라면 무슨 쓸모가 있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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