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야 어찌됐든...지금 한국의 경제주체들은 뭣이든 해야 할 절박한 상황
"하필 왜 지금?" 지적도 있어...그렇다고 삼성이 아무 쇄신도 안할 순 없어
부단한 감시 속에 경제민주화도 조금씩은 진전...기업 쇄신 가속화 됐으면
한국 대표기업 삼성의 쇄신 성공하면 재계 파급도 커, 타 재벌도 쇄신 시급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이재용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 및 삼성전자가 최근 연이어 쇄신 방안을 내놓는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주요 계열사 준법 경영 여부를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3월 주총에선 전자투표제를 도입한다고 한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사상 처음으로 사외이사(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를 이사회 의장으로 뽑았다. 이사회 중심의 투명경영, 책임경영을 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에 앉혔다고 한다. 박재완 이사회 의장은 준법감시위원회와 적극적인 소통으로 맡은 바 책임을 다하겠다는 소신도 밝혔다.

이유야 어찌됐든 일단은 의미 있는 변화가 되었으면 한다. 일각에선 삼성의 이 같은 행보들이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 과정에서 진행되는 점에 의구심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의심과 지적을 가하는 쪽을 탓할 수도 없다. 그들 같은 여러 감시자들의 지적들이 축적되고 또 축적되면서 우리 재계의 역사는 변했고 경제민주화는 조금씩 진전되고 있으며 한국 최대기업 삼성도 예전과는 다른 경영을 하겠다고 연이어 외치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삼성을 비롯한 한국의 경제주체들은 지금 그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무슨 쇄신이든 해야만 하는 아주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삼성의 오너는 과거 과오로 재판을 받는 형국이다. 글로벌 경제 전쟁은 갈수록 치열해진다. 경제 패러다임도 번개의 속도로 바뀌고 있다. 신종 코로나 공포가 경제 전반을 위협한다. 경제 현장의 한숨 소리는 커진다. 경기 위축과 산업 패러다임 급변 속에 자칫 일자리 패닉이 일어날 수도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취업절벽이 더 높아지면서 결혼절벽이 생기고, 출산절벽이 높아진다. 우리의 미래는 누가 이끌어갈 것인가도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안타깝게도 정치권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핵심 경제 정책도 답답하기만 하다. 무슨 악재가 터질 때마다 거듭 예산타령이다. 출산절벽으로 미래를 이끌 세대가 단절될 위기에 있는데 미래세대에 부담 가는 정책이 남발됐다. 추경(추가경정예산) 카드는 이제 듣기조차 싫어진다. 올해 예산도 슈퍼 예산이다. 슈퍼예산이나 소화하고 나서 추경이든 아니든 고민해야 한다. 언제까지 예산에 의존한 경제 살리기에 나설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제 누군가는 미래 걱정을 덜어 줄 일을 해야 한다. 국민들이 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들이 해야 한다. 많은 중진국이 성장 하다 주저앉을 때 한국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우려됐다. 그럼에도 한국은 아직 경제를 되살릴 기회를 갖고 있다. 경제 성장률이 뚝 떨어졌지만 아직은 희생할 발판이 남아있다. 바로 우리의 기업과 근면한 국민들이다.

한국의 재벌과 대기업들이 이제라도 달라지겠다고 강조하면 그 또한 반가운 일이다. 대기업 자신들의 입장에서도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실한 사정이 있겠지만 주요 기업들이 준법 경영하겠다고 강조하는 것은 해당 재벌 내부 요인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 과거엔 재벌들이 원하는 일을 대부분 할 수 있는 재벌왕국이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그간 한쪽에선 수많은 사람이 경제민주화를 외쳐왔다. 정경유착을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대기업 갑질을 더 이상 용납해선 안된다는 외침이 이어졌다. 대기업 주도의 불공정 행위를 더는 용납해선 안된다고 외쳐 온 경제민주화 세력들의 노력들이 크든 작든 결실을 맺어왔다. 그 바람에 세상도 달라졌다. SNS 등 소통수단의 발달은 기업들로 하여금 나쁜 행위를 줄이도록 했다.

아직도 경제민주화는 멀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가 크든 작든 진전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SK 등 일부 재벌 총수는 사회적 책임경영을 아주 강조한다. 삼성도 준법경영, 투명경영을 하기 위해 제도를 뜯어고치고 있다고 한다. 기업이 변하는 것은 그들 내부의 절박한 사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변하지 않으면 더 이상 경쟁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른 글로벌 기업들은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는데 우리의 재벌만 변하지 않는다고 하자. 그들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한국 기업들의 변화 약속을 일단 믿어 보고 싶다. 진정성 있는 변화는 분명 박수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만 모면하려는 변화는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걸 우리 대기업들이 모를 리 없다고 본다. '이재용 삼성'의 변화도 이왕이면 국민 눈높이에 맞게 더욱 화끈하게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삼성은 오너리스크까지 존재하는 만큼 무슨 쇄신이든 해야 한다고 본다. 과거 과오가 있다고 해서 손놓고 있으면 더 많은 손가락질을 받을 수도 있다. 최대기업 삼성의 쇄신이 성공하면 재계 파급 효과도 클 것이다. 그리고 경제민주화가 더욱 진전되는 그날 까지 감시와 지적의 눈초리들도 계속 예리한 감시를 해 주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