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지금 같은 중대위기 대비해 예산정책 여력 남겨 놨어야
그간 추경 남발하고 슈퍼예산 짜놓고 또 추경하겠다고 하니 한숨 나와
지금 추경 그토록 강조할 거면...코로나 대책도 눈치보지 말고 해야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 확산 대책과 관련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지금은 통상적이지 않은 비상상황인 만큼 좌고우면 해선 안될 상황이라는 게 그 이유라고 했다. 이에 당정청도 추경 편성을 신속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지금 이 시점에 추경 편성을 대놓고 반대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기자도 잘 안다. 우선 급한 불은 끄고 봐야 할 상황이다. 코로나 위기로 국가 경제가 비상 상황인데 이럴 때 추경편성을 반대하기 어려운 측면도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아쉽다. 지금과 같은 만일의 최악 위기상황에 대비해 그간 정부는 세금을 아꼈어야 했다. 진짜 위기 때 사용할 정책 여지(여력)를 남겨뒀어야 했다. 현 정부 들어 도대체 추경이 벌써 몇 번째인가. 그리고 올해엔 500조원이 넘는 슈퍼예산을 편성해 집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슈퍼예산 집행 초기에 추경을 또 하겠다고 한다.

지난 23일 열린 코로나19 추경 회동. /사진=뉴시스
지난 23일 열린 코로나19 추경 회동. /사진=뉴시스

그간 추경을 남발했던 인사들은 지금 와서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다. 추경은 지금과 같은 때 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기에 경제 위기가 덜할 때는 추경을 남발해선 안 되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추경, 또 추경, 그리고 슈퍼예산만 외치면 우리의 재정은 누가 지킨단 말인가. 

현 정부 예산 당국자들에게 묻고 싶다. 올해 슈퍼예산은 어떻게 요긴하게 쓰고 있는지 설명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과거 추경을 너무 남발한 것은 아니냐고. 미래 세대를 위해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이냐고. 코로나 사태 초기에 안이하게 대응한 적은 없느냐고.

이번 추경 편성 추진과 관련해 한 네트즌의 지적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500조 슈퍼예산 편성해 놓고 이게 무슨 소리냐, 코로나 관련 오염원인 중국인 입국이나 막고 추경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는 사실을 당국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때 코로나 위기가 곧 해소될 것 같은 발언을 해 놓고 지금 와서 타이밍을 놓쳐선 안된다고 발언하는 것을 지적하는 네티즌도 있음을 잊지 말자. 그리고 일부 글로벌 경제 전문가가 "사람들이 집에만 있을 때 거시부양책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지적을 가하고 있음도 전하고 싶다. 예컨대 홍콩 투자전문가인 숀 다비는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에서는 바이러스 확산이 멈췄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 각국의 금융당국들이 주요한 정책 실행을 보류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사람들이 집에만 있을 때 부양정책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돈을 쓸 수도 이용할 수도 없는 시기"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기자는 "지금과 같은 중대 위기 때는 추경이 필요할 수 있는 만큼 평상시 정책 여력을 남겨 놓는 자세를 정부 당국자들이 견지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지난 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한국의 코로나 확산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증시가 폭락했고 미국증시가 붕락했다. 한국 당국도 코로나에 더욱 엄격하게 대응하면서 예산도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는 전략을 더욱 절실히 강구해야 한다고 본다. 과거 추경을 남발했던 인사들에겐 '추경은 지금 같은 아주 중대한 위기 상황에나 하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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