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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한류스타들, 코로나 이후 갈 곳 안갈 곳 가려야
K팝·한류스타들, 코로나 이후 갈 곳 안갈 곳 가려야
  • 장경순 기자
  • 승인 2020.03.01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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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한 편견 드러난 곳엔 대중문화산업 위험도 크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이유로 한국인에 대해 입국거부를 하는 나라들이 등장하고 있다.

한국이 그동안 이런 조치를 지극히 조심스럽게 대했던 심정에 비춰보면 상당한 배신감을 가질만한 일이다. 한국인 입국을 막는 나라들 중에는 그동안 이른바 한류, 또는 K팝 문화를 접하고 싶어서 스타들의 자국방문을 염원하거나 한국방문을 소원하던 나라들도 있다.

자국민의 방역을 위해 감염국 국민 입국을 막는 자체를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다. 저마다 각자의 사정이 있는 것이다. 국가경제에서 대외교역의 비중이 크지 않거나 대외개방의 수준이 높지 않은 나라들일수록 이런 조치를 비교적 빨리 취하고 있다.

평소부터 문을 별로 크게 열지 않던 곳들이 이런 때를 맞아 더 좁게 열겠다는데 의심을 받는 우리가 가서 문을 열어달라고 한들 별로 건질 것이 없다. 오지 말라면 아쉽지만 안 가면 그만일 뿐이다.

그런데 한국인 입국을 거부하는 나라들을 그 배경에 따라 저마다 따져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사진=뉴시스
그룹 방탄소년단(BTS). /사진=뉴시스

첫째, 혹시 우리가 비슷한 이유로 과거 그 나라 입국을 금지했던 적이 있다면 지금의 일에 대해 항의할 근거가 전혀 없을 것이다.

둘째,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무차별적으로 감염자 다수 발생국을 막는 나라도 이 자체가 우리를 지정해 모욕한 것이 아니므로 따지기보다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향후 만약 이런 나라에서 감염이 우려되는 병이 발생한다면, 그때 가서 한국은 당연히 이 나라에 대해 동일한 입국금지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그런 원칙이 없이 외교를 해선 안 될 것이다. 국가가 아닌 지방정부 차원에서 한국인을 거부한 곳들도 잘 기록해둬야 한다.

세 번째, 이번에 한국인 입국금지가 유난히 이른 시기에 시행된 나라들이다. 과거에 비해, 또는 현재 다른 다수 감염자 발생국에 대한 태도 등을 비교해 보거나 그 나라 여론 동향 등을 통해 이런 것을 역력히 드러내는 곳도 있을 수 있다.

이 세 번째 경우는 그 곳 사람들의 근본심리에 한국에 대한 존중이 별로 없는 곳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평소에는 외교적 수사로 그럴듯하게 친근함을 표시해 왔지만, 어려운 때를 맞아 극도의 무지함이나 얄팍한 대중심성을 드러낸 곳이 된다.

K팝을 비롯해 영화·드라마 등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 대중문화계는 이런 나라들을 잘 살펴보고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절대로 이번의 한국인 입국금지가 섭섭해서 편협한 보복으로 꺼내는 말이 아니다.

우리에 대해 부정적 선입관을 가진 곳일수록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겠지만, 이것은 문화예술인들이 맡아야 할 일이 아니다. 이는 외교나 민간교류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할 일이다.

방탄소년단(BTS)과 영화 '기생충' 연기자 등 K팝 가수들이나 배우들은 지금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어서 이들을 찾는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몸이 정말 열개라도 일일이 다 다닐 수 없을 정도다.

그런 상황에서 근거 없는 편견이 극심한 곳까지 찾아가는 것은 상당히 실망스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가수 싸이는 '강남스타일'로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던 와중에도 이탈리아 프로축구 경기에 등장했다가 야유를 받은 일이 있다. 그 시간 싸이가 가야할 곳은 그 곳이 아닌 전 세계 다른 곳에 널려 있었던 것이다.

호평과 찬사는 존중에 뿌리를 두고 있어야 진정한 것이다.

훌륭한 노래와 영화에 대한 진정한 찬사는 그런 문화가 탄생한 배경 자체에 대한 존경과 동경심을 그 뿌리에 두고 있다.

평소 한국 알기를 불쾌하고 성가신 곳으로만 알다가 노래가 잘 나가고 영화가 아카데미상을 받았다고 해서 칭찬 몇 마디 한 걸 덜컥 믿고 대규모 공연행사를 여는 건 너무나 사업적 위험이 큰 것이다.

사실 한국의 팬들은 오랜 세월 외국 스타들로부터 찬밥 신세를 받았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한국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일본 팬들에게는 한국과 차원이 다른 각별한 감동이 있었다. 영화의 주인공 그룹인 퀸은 1970년대 전성기 때도 여러 차례 일본 공연을 하면서 팬들과 많은 소통을 했었다.

이 때 한국은 전 세계 대중문화산업의 위험지대였다. 도쿄는 가도 서울공연은 커녕, 서울이 어딘지도 모르는 가수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 팬들이 이들을 등지고 원망하지도 않았다. 국내 공연시장이 크지 않아 팝스타들이 서울을 오지 않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소득 수준이 낮아 팬들이 충분한 입장료를 내기도 어려웠던 시절이다.

이렇게 국내 팬들이 외국스타들로 인해 본의 아닌 설움 받는 세월이 수 십 년이었다. K팝스타들이 흥행위험을 무릅쓰고 편견이 가득한 나라를 가야할 만큼 우리가 세계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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