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은행 금감원 결정 불수용...금감원 '영이 안 서'...감독 형평성 논란도
라임사태 등 대형사고 잇따라...선제적 감독은?...감독기관 환골탈태해야
금감원 고위직, 외부출신으로 가득...내부 출신은 어디로...내부 인사적체는?
문재인 정부도 이런 사실 잘 알고 있을 것...감독기관 신뢰회복 절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라임 사태, 헤리티지DLS 사태, DLF 사태...잇단 대형 사고에 한국의 금융시장이 원성으로 가득하다. 정체모를 곳에 투자했다가 대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아우성이 너무나 크다. 사태가 이지경이 되도록 선제 관리감독시스템은 제대로 작동이나 했는지, 그리고 금융감독원 등 국가 기관은 뭘 했는지, 의문들이 꼬리를 문다.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들이 피눈물을 흘려야 금융감독원 등 국가기관이 정신 차릴 것인가.

과거 키코 사태 처리는 또 어떤가. 우리은행은 금융감독원 해결 방침을 따르기로 했지만 다른 곳들은 뭔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금융감독원 결정을 못 따르겠다고 했다. 미국계 씨티은행도 금융감독원 방침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한다. 다른 일부 은행도 금융감독원 결정 수용 여부를 연기했다. 만만한 일부 민간은행만 금융감독원 결정을 수용하고 힘 있는 국책은행, 미국계 은행 등은 금융감독원 결정을 보란 듯 거부했다.

은행장 또는 금융지주 회장 재판 리스크와 관련해서도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금융감독원이 A은행장 연임 여부와 관련해선 재판 리스크를 이유로 적극적인 경고까지 하며 결국 연임을 무산시켰지만 B금융지주 회장은 재판 리스크가 분명 존재했는데도 금융감독원의 특별한 제지 없이 연임에 사실상 성공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사진=뉴시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사진=뉴시스

금융시장에서는 연이어 대형사고가 터지고, 금융 산업을 관리 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은 감독 형평성 논란 속에 일부 은행으로부터는 '영(令)이 서지 않는' 우스꽝스런 기관이 되었다.

과거 사태도 제대로 수습 못하고, 현재 사태도 제대로 관리감독 못하는 금융감독원을 향해 일각에선 "도대체 제대로 하는 게 뭐냐"는 조롱이 쏟아진다. 과거 수년간 금융감독원 출입을 했던 기자도 '금융감독원이 어쩌다 이지경이 됐는지'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과거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맹활약 했던 금융감독원이 아니던가.

금융감독원 내에 소비자보호기구가 생긴 게 언제인가. 소비자보호기구 만들어 놓고 지금까지 뭘 했단 말인가. 대형 금융사고 피해자가 줄을 잇고 있지 않은가. 금융감독원이 금융시장 선제관리는 제대로 못하면서 금융사고 발생 후 일선 금융기관장 불러다가 징계만 때리는 곳인가. 중징계 때려 대면 금융감독원장 영이 서는가. 게다가 금융감독원 임원인사는 또 어떤가. 금융감독원 부원장 급 이상 고위 간부(감사 제외)에 정작 감독원 사정을 가장 잘 아는 내부 출신은 단 한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금융감독원이 외부출신들로 이렇게 가득차도 되는지 의문이다. 외부에서 내려 왔으면 일이라도 제대로 해야 할 것 아닌가. 기자가 취재해 보니 금융감독원 직원들 중엔 "간부로 승진하기 보다 직원에서 한단계 더 높은 직급의 직원으로 승진하기가 더 어렵다"는 불만을 쏟아내기도 한다. 외부 낙하산 줄여 금융감독원 내부 인사숨통 터 주는 것도 금융감독원장이 할 일중 하나 아닌가. 

윤석헌 원장 등 금융감독원 수뇌부에 묻고 싶다. 감독원내 2000명이나 되는 똑똑한 인재들 모아놓고 왜 이런 모습 밖에 보여주지 못하느냐고.

앞으로도 걱정이다. 코로나19 위기는 글로벌 경제와 시장을 강타한다. 각국 중앙은행은 경제와 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섰거나 추가 금리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각국은 초저금리 상태도 모자라 금리를 더 내리려는 쪽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도 마이너스 금리가 눈앞이다. 갈 곳 잃은 뭇 투자자들을 상대로 제2, 제3의 라임사태, 헤리티지 사태가 더 판칠 수 있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은 과거 사태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잘하겠다고는 하는데 그간의 상황으로 봐선 글쎄다.  

문재인 정부에게 요청하고 싶다. 금융개혁에 박차를 가해 달라고. 금융감독기관도 제대로 돌아가게 해 달라고. 지금 이대론 안 된다고. 금융감독원은 금융감독원 출신 위주로 이끌도록 하거나 큰 조직을 이끌어 본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고. 앞으로는 금융감독원 출신이 금융감독원장도 되고 주요 부원장도 여럿 하게 해 달라고. 밖에 사람 영입도 중요하지만 내부 인재도 균형있게 잘 발탁해서 금융산업, 금융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관리 감독 정책을 제대로 펼쳐 나가게 해달라고.

분명 말하지만 금융감독원은 금융사고 발생 시 일선 금융기관 인사들 징계만 때리는 기관이 되어선 안 된다. 금융산업, 금융시장이 제대로 굴러가게 하고 금융시장의 잘못된 행위로 뭇 피해자가 통곡하는 일이 없도록 선제적인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해야 할 책임도 갖고 있다. 금융 사고가 터지면 금융감독원 스스로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금융감독원은 지금 환골탈태(換骨奪胎) 해야 할 때다. 문재인 정부도 지금쯤은 그런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 또는 인식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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