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일상생활 속 자아상실...머리도 띵하고 주 80시간 근무할 수도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뉴시스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오랜 재택근무를 하다 거울을 보니 말이 아니다. 면도는 둘째 치고 이발을 제대로 못해 봉두난발이 어떤 것임을 생생히 보여준다.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 지리산에서 빨치산 활동을 하다 전향한 이태의 수기 '남부군'에서는 그가 처음 남부군에 소속됐을 때 지휘관의 첫 번째 지시가 틈틈이 머리를 깎으라는 것이다. 토벌대에게 잡혀죽더라도 산짐승 같은 인상을 줘서 쓰겠느냐는 것이다. 지금 거울 속 모습이 딱 이 꼴이다.

뉴스에서는 컴퓨터→식탁→컴퓨터→침대의 일상생활만 하다 살이 확 찌는 사람들이 소개되고 있다. 처형장 망나니 같은 봉두난발 아래 허리라인은 세상 공기가 맑아졌을 때 무엇을 회복해야 하는지 심각한 실상을 보여준다.

이 모든 게 전염병을 극복하고자 하는 시민정신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비롯된 것이다.

지금은 단정한 두발과 날렵한 체형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재택근무를 잘해서 태평할 때에 최대로 근접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 그마저 문제다.

컴퓨터에 앉아서 최대한 집중해 일을 하려는데 머리가 맑지 못한 느낌이다. 사무실에서라면 30분 안에 뚝딱 해냈을 일인데 세 시간째 붙잡고 있을 때도 많다.

재택근무를 처음 시작할 때는 솔직하게 약간의 일탈적 기대도 있었다. 행여 피곤하면 눈치 안 보고 눈도 좀 붙이면서 쾌적하게 일할 것이라 생각했다.

서로서로를 격리하자는 시민운동으로서의 재택근무니 이때를 맞아 일 안하고 다니고 싶은 곳 멋대로 돌아다니는 용서받지 못할 도덕적 해이는 생각조차 해본 적 없다. 그저 상쾌한 페이스로 일만 여유롭게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게 여의치 않다. 머리도 좀 띵한 것 같고 배가 묵직한 느낌까지 더하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과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을 지낸 정신과 전문의 노만희 원장은 이에 대해 '자기 조절력'의 유지가 필수요건이라고 강조한다.

노만희 원장은 1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재택근무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일과 일상생활의 분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게 잘 분리되지 않으면 일하는 것도 아니고 쉬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되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정신적으로 쉽게 피곤해진다"고 지적했다.

노 원장은 "정신적 피로에 따른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자꾸 먹게 돼 체중이 느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재택근무의 스트레스는 자의반타의반도 아닌 지시에 따라 하는 경우가 더 크다고 그는 지적했다.

노만희 원장은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일과 생활을 철저히 구분하는 생활 자세를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내에서라도 틈틈이 운동을 해야 한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사대부의 몸가짐'만 찾으면서 제대로 된 운동이라곤 가끔씩 소풍하는 것 말고 없었지만 그 가운데는 장수를 하면서 많은 저술을 남긴 학자도 있다. 이들은 나름의 실내 건강관리 요령을 갖고 있어서 몸뿐만 아니라 머리도 맑은 상태를 유지했다.

체육관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인적이 드문 곳을 골라 달리기나 산책을 해야 하고 먹는 것은 그릇크기부터 조절할 필요가 있다.

정상의 여성 연기자는 전성기 때 식사 후 세 시간 동안은 절대 앉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다. 물론 이것은 주연급 여배우의 체형 유지도 해야 하기 위한 것이다. 일반인은 세 시간까지 서 있을 필요는 없지만 먹기가 무섭게 TV 켜고 소파에 벌렁 눕는 것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 아주 급한 일이 아니라면 먹자마자 바로 컴퓨터 앞에 앉지도 말아야 한다.

식사 후 팔을 들고 천천히 움직이는 정도 운동을 10분 정도라도 하면 한결 거뜬한 기분으로 다시 재택근무에 임할 수 있다. 10분이 지루하면 TV를 보면서라도 하면 된다.

무엇보다 일과 근무의 분리가 상당히 중요하다. 일을 하는 듯 안하는 듯 태도가 반복되면 재택근무로 주 80시간 근무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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