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상황...코로나 급속 확산 속 경기부양책 쏟아냈으나 시장 불안 극심
코로나 관련 경제 대책보다 코로나 확산 저지가 더 중요하다는 점 미국이 입증
한-미 모두 선거 앞둔 만큼 포퓰리즘식 코로나 경제대책은 경계해야
세금 또는 부채 동원한 코로나 대책은 특정 정당 및 정치세력이 생색낼 일 아냐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코로나19' 와의 전쟁은 '거대한 불확실성과의 싸움'이 되고 있다. 지난주 글로벌 주요국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경제대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시장은 매우 거칠게 출렁거렸다. 왜 그랬을까.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속히 확산되는 와중에 나온 경제 및 시장 안정대책은 별 효과가 없음을 보여주었다. 경제대책보다 코로나19를 잠재우는 게 더 절박하다는 점을 특히 뉴욕 월가는 각인시켜 주었다. 

CNBC,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조 달러 짜리 초대형 경기부양 조치를 추진하면서 전 국민에게 현금을 살포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여세 인하도 모색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두 차례나 긴급 금리인하를 단행하며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복귀시켰다. 연준은 7000억 달러 양적완화 추진도 약속했다. 연준은 기업어음 매입을 통한 기업 유동성 지원에도 나서기로 했다. 연준은 한국 등 9개국 중앙은행과 통화스왑 계약도 체결했다. 엄청난 경제 부양책들이 미국에서 쏟아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 뉴시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 뉴시스.

그러나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쇼크가 전혀 완화되지 못했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지난주 한 주간 미국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가 17%, S&P500 지수가 15%, 나스닥 지수가 13% 각각 대폭락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와 연준이 엄청난 경제 대책을 쏟아냈지만 증시불안은 역대급이었고 2008년 이후 최악이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CNBC 등은 "지난주 미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수천 명씩 급속히 늘어나는 상황에서의 경제 및 시장 안정 대책은 거의 먹혀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래서일까. 미국이 더욱 다급해졌다. 미국 당국과 국민이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뉴욕주가 사회적 격리를 강조하는 등 미국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가 여행 금지, 사회적 격리를 전보다 훨씬 강화했다. 마스크 쓰는 미국인도 늘었다. 생필품 사재기는 극성을 부렸다. 코로나19의 극복이 전제되지 않는 한 어떤 경제부양책도, 어떤 시장 안정대책도,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미국은 여실히 보여주었다.  

한국은 어떤가. 코로나19 확산이 최대 고비는 넘겼다고 하지만 새로운 감염자 발생은 지속되고 있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확진자도 발생하고 있다. 한국의 심장부인 수도권에서 산발적 소규모 집단 감염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여전히 위협적이다.

한국 정부도 어느 나라 못지않게 역대급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 11조원대 초대형 추경을 확정한데 이어 2차 추경카드까지 거론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금리를 내렸다. 금융감독당국에서는 금융시장 안정 대책 등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나 한국의 경기부양책에서 경계해야 할 것들이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대책은 확진자 증가를 억제하는 게 경제 부양책 보다 우선이 되거나 병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미국이나 한국이나 선거를 앞두고 있다. 코로나 대책 과정에서 포퓰리즘 논란을 피해야 하는 숙제도 함께 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현금을 지급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의 현금 살포는 돈으로 표를 사들인다는 비판을 야기할 수도 있다. 미국 야당인 민주당이 자신들의 경기 부양책을 별도로 발표하는 등 민감하게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도 비슷한 처지다. 총선이 눈앞이다. 기자가 보기엔 코로나 관련 선심성 대책을 주장하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한국에서도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과감한 경제대책을 써야 한다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그러나 방법이 문제다. 많은 경제전문가는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트럼프식 현금 살포 보다는 세금, 금융지원 등의 대책에 역점을 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현금지원 등은 그야말로 극심한 취약계층 등에 아주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사람도 많다. 이 글을 쓰는 기자도 "경제대책은 과감하되 포퓰리즘식 정책은 금지하고 돈 살포는 아주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고 싶다.

코로나19는 과거 외환위기와 비견될 정도로 엄청난 위기감을 안겨주고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느닷없이 타격 받는 업종, 기업, 개인사업자, 가계가 속출하고 있다. 이들이 '코로나 위기'를 잘 넘길 수 있도록 하려면 우선은 코로나19를 조기종식 시키는 데 전 당국, 전 국민이 합심해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 보았듯이 코로나 확산을 잡지 못한 채 경제대책만 내놓으면 '한강에 돌 던지기식 대책'이 될 우려가 있다.

기자 역시 코로나19 종식과 병행해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기업, 사업자, 가계 등에 대해서는 과감한 세금혜택, 금융지원 혜택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을 강조하고 싶다. 아울러 당장 벌이가 끊겨 움쭉달싹 하지 못할 정도로 최악의 취약계층이 된 가계나 개인들에 대해선 일정 기간 현금성 지원도 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현금성 지원과 관련해선 조건이나 전제가 분명해야 한다고 본다. 취약계층에 대해 코로나 기본급을 일정기간 지원하든, 현금이나 상품권 또는 지역화폐를 지급하든, 그건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정 정치세력이 생색낼 지원 대책이 되어선 안 된다는 점이다. 국민의 세금이나 국가부채를 일으켜 코로나19 경기부양에 나서는 만큼 코로나 경기 부양이 특정 세력의 입지나 선거에 영향을 미쳐선 안된다고 본다. 

미국에서 쏟아져 나온 여러 경기부양책 중 세금감면, 연준의 기업 유동성 지원 등은 본받되 트럼프식 현금 무차별 살포는 그대로 답습해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많음을 각계가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정치권을 향해서는 기자도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다. 코로나19 위기는 여전히 심대하다. 총선만을 의식해 개혁에 역행하는 뻔뻔스런 정치, 포퓰리즘을 남발하는 정치는 자제해 줬으면 한다. 국민들은 그렇잖아도 코로나19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치권 마저 국민을 짜증나게 하지 말았으면 한다.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국민 피곤하게 하는 정치인은 입을 닫아줬으면 한다.

금융연구원 최공필 박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위기는 매우 중차대하다"면서 "경제나 시장 안정대책도 꼭 필요한 곳에 실효성 있는 대책 위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 박사는 "코로나19로 느닷없이 타격을 받게 된 기업, 사업자, 가계 중심으로 경제정책이 집중되도록 하되 글로벌 자산시장 붕괴로 인한 한국의 시장 시스템 안정화 대책도 병행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자면 정책당국이 헌신하고 상황파악을 제대로 해야 할 것이라고 최 박사는 덧붙였다. 아울러 코로나19 조기 종식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최 박사는 역설했다. 기자도 최 박사의 이 같은 강조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기자는 지난 주말 이틀 연속 서울 한남동 뒷동산 매봉산에 올랐다. 봄이 완연했다.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가 앞다퉈 꽃망울을 터뜨렸다. 살구꽃도 개화 직전임을 알렸다. 하지만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답답한 마스크를 껴야 했다. 코로나19로 봄마저 마음대로 만끽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코로나19 빨리 종식시키고 활짝 웃는 세상이 오도록 다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비장함이 더욱 커졌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