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미-독은 경제현안 놓고 계속 충돌...그러나 최근 '천연가스' 공조하며 화해

 그간 통화정책을 비롯한 여러 경제정책 방향을 둘러싸고 툭하면 충돌했던 미국과 독일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모종의 경제적 공조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바로 천연가스(셰일가스 포함) 공조다.

23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과 독일이 모처럼 특별한 경제적 공조에 나설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특히 지난 주말 메르켈 독일 총리가 “미국산 천연가스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대체할 것”이라고 발언,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는 미국과 독일이 뭔가 깊숙한 대화를 나누지 않고는 나오기 힘든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 미국과 독일은 여러 경제 정책을 둘러싸고 수시로 충돌했다. 
 
우선 미국은 자신들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에 앞서 독일이 이끄는 유로존에 대해서도 줄기차게 양적완화 정책을 취하라고 강요해 왔었다. 하지만 독일은 이에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독일은 미국이나 일본처럼 양적완화에 의지하기 보다는 특유의 개혁과 긴축으로 경제난을 돌파하는데 역점을 둬왔다.
 
그 뿐 아니다. 지난 연말연시 미국 재무장관은 독일을 향해, “이제 수출에만 혈안이 되지 말고 제발 내수 활성화 정책을 펴면서 글로벌 경제 균형에 협조하라”고 몰아세우기까지 했다.
 
한편 이런 미국과 독일의 경제적 엇박자는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 초반까지 지속됐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서방국이 러시아 제재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데도 우크라이나 사태 초반 독일은 소극적인 러시아 제재 목소리만 냈다. 독일의 경우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가 그 어느나라 보다 컸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당장 독일로 가는 천연가스 관을 차단할 경우 경제적으로 적지 않은 치명타가 가해질 것으로 우려됐던 게 이같은 독일의 미온적 태도를 야기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독일의 태도가 달라졌다. 독일도 겉으로는 러시아 제재에 다른 서방국들과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이 최근 러시아 제재를 앞두고 비축유 시험방출에 나서고 미국이 가진 천연가스를 유럽에 공급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서 부터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급기야 지난 주말 메르켈 독일 총리의 입에서 “미국산 천연가스가 러시아산의 수입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언이 나온 것이다. 물론 예상된 발언이긴 했지만 그 의미는 남다를 수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푸틴한테 대패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우선 비축유를 동원해 유럽 국가들의 에너지 공포를 해소해 준 뒤 미국이 가진 천연가스와 셰일가스를 유럽에 제공함으로써 러시아에 설욕하는 시나리오를 가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미국-EU(유럽연합)간 FTA(자유무역협정)가 체결돼야 미국의 셰일가스를 EU에 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이젠 그런 단서조차 없애고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적극 약속,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독일-미국간 경제적 적대관계도 급속히 해소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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