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는 속어가 있다.

도박판에서 쓰이던 용어가 지금의 50대에게는 중학생 시절 친숙한 말이 됐다. 팝송 가사를 이렇게 따라 불렀기 때문이다.

당시 빌보드 1위를 차지한 디스코 명곡 '펑키타운(Funky Town)'의 가사 "Talk about it, Talk about it, Talk about it"을 들리는 대로 가장 비슷하게 이렇게 흥얼거렸던 것이다.

해외여행이 드문 1970년대 "It ~ that 구문은 이렇게 해석한다"며 딱딱 부러지는 선생님 발음으로만 영어를 배운 세대로 팝송 가사를 들고 있어도 발음이 너무나 배운 것과 달라 따라 부르지도 못하던 시절이다.

노래는 정말 좋은데 언어의 장벽이 너무나 커서 따라 부르지도 못하고 듣기만 해야 하는 음악애호가의 심정은 답답하기 이를 데 없었다.

요즘 한국의 음악팬들은 실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지금은 해외 저명 가수들이 한국을 왔다가 자기 노래를 열렬히 따라 부르는 관중들의 '떼창'에 한없는 감동을 받고 돌아간다.

예전 한국 팬들의 답답한 심정을 지금은 외국의 K팝 팬들이 절실히 느끼는 모양이다. 특히 방탄소년단(BTS)의 팬들이 그렇다. 오로지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힘껏 따라 부르고 그 내용에 빠져들고 싶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멤버들. /사진=뉴시스.
방탄소년단(BTS) 멤버들. /사진=뉴시스.

BBC의 23일(영국시간) 보도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이 위버스 앱을 통해 24일부터 30회의 한국어 교육 강좌를 개설한다. 이 강좌의 목적은 "방탄소년단 노래를 더 잘 부르기 위해서"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자가격리가 확산돼 혼자서 한국어 배우기는 좋은 때지만 이 강좌는 이미 예전에 계획된 것이라고 BBC는 전했다.

방탄소년단의 한 열렬한 팬이 이들의 뮤직비디오에 영어자막을 추가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이 이 강좌의 계기가 됐다.

이 강좌를 통해 원어민 영어강사 출신인 '올리버 쌤'의 "여러분 안녕하세요? 미국 사람들 알고 보면"과 같이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할 정도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3분짜리 한 회마다 간단한 한국어 문법과 표현에 집중한다.

그러나 좋아하는 노래를 통해 감성이 가득 담긴 언어공부를 하다보면 더 큰 차원의 한국어학습 동기를 이끌어낼 수 있다.

성문기본영어에서부터 성문종합영어를 돌파하며 공부했던 한국의 '첫 끗발' 세대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외국어 공부방식이다. (물론 돌파해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낙오자가 속출했다. 돌파한 사람도 대부분은 외국 사람과의 식탁에서 조용히 밥만 먹는 에티켓을 지켜야 했다.)

BBC는 이와 함께 방탄소년단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맞서는 한국 의료진에 대해 감사하는 동영상을 게시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와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를 팬들에게 강조했다.

BBC에 따르면 동영상에서 방탄소년단은 빈 공연장의 좌석을 보며 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가를 절감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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