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를 위한 정보공개와 사생활 희생, 더욱 불가피하게 됐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외신에서 한국의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응을 호평하는 기사는 하루가 다르게 내용이 구체화되고 있다. 외신들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광범위한 지역을 봉쇄하는 방법 없이 어떻게 전염병 확산을 누그러뜨렸는가에 집중된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성공요인을 4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국가가 초기에 신속히 개입해 국가비상상황으로 대응했다. 둘째, 광범위한 검사에 나섰다. 셋째, 감염자의 이동경로를 철저히 추적해 공개했다. 이 점에서 뉴욕타임스는 "대다수 한국인들이 프라이버시의 불가피한 희생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넷째, TV방송과 지하철 안내, 휴대전화 알림 등을 통해 전시에 가까운 공동체 의식을 높였다. 지도자들은 국민들에게 최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전염병 확산을 막는데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국민들 대다수가 정부의 노력을 신뢰하는 것으로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런 성공요인은 다른 나라들이 한국의 방법을 따라 하기 어려운 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국 방역당국의 예방 방역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 방역당국의 예방 방역 모습. /사진=뉴시스.

뉴욕타임스는 다른 나라의 경우 초기단계에서 과감한 대책을 세우기 어렵고 한국처럼 사회적 신뢰가 높지 않다고 전했다. 특히 서방민주주의 국가는 극단주의와 포퓰리즘의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을 많이 지체했다는 점으로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뉴욕타임스가 전한 한국의 대응방식은 행간에서 한국 특유의 전시 또는 준 전시 체제가 낯설지 않은 시민생활이 드러난다. 이러한 때를 대비해 국가는 늘 동원 체제를 준비해 놓고 있다.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사생활 희생에 대한 국민들의 포용여부다.

전시를 대비하는 국가에서 자란 사람들은 공공의 이익에 따라 자신의 자유가 제약되는 상황을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이와 함께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된 정보사회에서 한국인들은 더 많은 개인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생활의 이익을 얻는 데 익숙해져 있다. 스마트폰의 개인정보를 공개함으로써 물품 구매사이트에서 더 많은 할인 혜택을 얻기도 한다. 처음에는 선택이었던 정보공개가 필수의 단계가 되기도 한다.

미래의 통제사회를 예견한 조지 오웰의 '1984'와 같은 소설에서는 통제사회가 강력한 독재자의 등장에 의한 것임을 시사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사회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독재자가 아닌 시민들의 자발적 공개에 의한 정보통제 사회로의 변화다.

미래에는 이것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할지는 몰라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는데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됐다.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수사관처럼 역학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감염자가 어디 식당을 가서 누구를 만나고 어디 시장에서 물건을 샀는지 휴대전화를 통해 알림문자가 오는 것은 서구 국가에서는 상당한 시민적 저항도 살 수 있는 일이다. 뉴욕타임스 기사는 바로 이러한 차이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전염병이 공동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되면서 서방 외신들도 행간을 통해 자유 또는 프라이버시를 희생할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1984에서는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통치자 '빅브라더'가 역시 실체를 알 수 없는 인물 엠마누엘의 위협을 강조하면서 억압통치를 정당화한다. 지금의 현실에서는 가공의 공포가 아니라 전염병 확산이라는 실제 위협에 맞서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정보 공개를 선택한 나라가 방역의 성과를 크게 높이고 있다.

이와 같은 일을 겪은 인류는 국가가 개인의 정보를 더욱 공유하는 사회를 자발적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인류문명사에서 불가피한 흐름이 되고 있다.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는 명분 앞에서 지식인들이 정보공개 강요에 저항하기도 어렵게 됐다.

이제 개인의 자유에서 법과 사회가 도저히 침해할 수 없는 양심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 1984에서 빅브라더의 감시 카메라가 유일하게 미치지 않는 집의 작은 방구석은 인간의 양심 속에만 남게 되는 그런 변화가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빨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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