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817억 원 들여 현대차 0.3%, 현대모비스 0.32% 매입
정유경, 137억 원으로 5만 주 매입 지분 10.3%로 강화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한국의 주요기업들 주가가 코로나19 바이러스 타격으로 휘청거리는 가운데 재벌총수들은 저가에 자기 지분 확충에 나서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29일(미국시간) 보도했다.

막대한 상속세 때문에 그동안 지분을 늘릴 여력이 부족했던 재벌들이 주가가 급락한 때를 맞아 자기회사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은 지난 주 411억 원을 들여 현대모비스 주식 0.32%를 사들였다. 정 부회장은 이 회사 주식이 없었고 현대모비스 주가는 올해 34% 하락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사진=뉴시스.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사진=뉴시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자동차 주식도 406억 원을 들여 0.3% 사들여 지분을 2.6%로 늘렸다. 올해 이 회사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장이 된 직후의 일이다.

블룸버그는 이와 같은 현상이 한국 재벌들에게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라고 전했다. 미국의 부자들도 저금리와 주가 하락을 이용해 자녀들에게 대여한 뒤 이들이 회복기의 수익을 거두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신세계 주식 5만 주를 137억 원에 사들여 자신의 지분을 10.3%로 늘렸다. 블룸버그는 신세계 주가가 올해 22% 하락했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주가 하락기 재벌들의 자기회사 주식 매입은 무작정 색안경을 끼고 볼 일이 아니라는 측면도 있다.

한국 재벌의 문제는 적은 지분으로 지나치게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영향력에 비해 지분이 너무 작다는 얘기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이 점을 파고드는 외국투기펀드나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으로 지배구조 개선작업에 차질을 빚는 일이 생긴다.

사재를 들여 지분을 늘리는 것은 주가 급락 속도를 줄이기 때문에 여전히 회사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고 있는 다른 주주들에게 큰 힘이 된다.

물론 그렇게 지분을 늘려 절대적 경영권을 늘린 뒤 회사를 어떻게 이끌어 가냐가 더욱 중요한 문제로 거론된다. 경영자로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면 지분 강화가 주가 상승요인이 된다.

하지만 거듭된 판단 착오로 신망이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총수 지분만 늘린다면 그나마 '입에 쓴 약'의 역할을 하던 주주총회의 견제기능마저 떨어져 정말로 총수일가 아니면 아무도 사려고 들지 않는 주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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