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대폭등 초래한 산유국 회의는 9일 이후로 연기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국제유가는 3일 엄청난 폭등락을 보였다. 국제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는 아시아시장에서 전날에 비해 4% 넘는 폭락을 기록하다가 뉴욕시장에서는 이를 다 만회하고 오히려 전일대비 13.93%의 폭등을 기록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이날 최고가인 배럴당 35.00 달러는 최저가 28.25 달러에 비해 23.89% 높다.

유럽과 미국시장에서 폭등으로 돌아선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산유국들의 협상재개 발표 때문이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의 다음 주 회의 가능성을 러시아 관영언론 타스가 보도하더니 6일 회의가 발표됐다.

이로 인해 국제유가가 폭등세를 기록했지만 이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지는 매우 불투명해졌다.

압둘라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장관(왼쪽)과 알렉산데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장관(오른쪽). /사진=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러시아 에너지부.
압둘라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장관(왼쪽)과 알렉산데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장관(오른쪽). /사진=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러시아 에너지부.

로이터에 따르면 6일 회의는 9일 이후로 연기됐다. 지금처럼 상품시장이 극도로 불안정할 때는 회의연기 자체가 실망스러운 소식이지만 연기된 사유는 더욱 비관적이다. 국제유가 추락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서로 상대방 책임을 주장하며 비난하다가 주초에는 회의가 열리지 못하게 됐다.

사실 이런 일은 시장에서 익히 예상하고 있던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일평균 1000만~1500만 배럴 감산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실현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의 후지토 노리히로 수석 투자전략가는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한 달 전 150만 배럴 감산을 두고 다툰 리야드와 모스크바가 어떻게 대량 감산에 합의하나"라고 반문했다.

150만 배럴 감산을 두고 싸웠다는 것은 지난 3월까지의 감산합의를 확대연장하자는 사우디아라비아 제안을 러시아가 거부해 지난 3월6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의 산유국 회의가 결렬된 것을 말한다.

알렉산데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장관이 거부의사를 전하면서 구사한 우호적인 말투와 달리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장관인 압둘라지즈 빈 살만 왕자는 "우리 모두 오늘 일을 후회할 것"이라는 경고를 남겼다. 압둘라지즈 왕자는 살만 국왕의 아들이며 국정을 총괄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이복형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회의 결렬 직후 일평균 1200만 배럴의 사상 최대 생산을 발표하며 국제유가 전쟁을 일으켰다.

감산 자체가 지금 상황의 본질과 동떨어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브라질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의 호베르투 카스텔로 브랑코 회장은 저유가가 수요침체에서 비롯된 것이지 산유국 감산은 국제유가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수요 감소로 석유생산업자들이 생산만 하고 팔지 못한 석유의 저장 한계에 이르러 마이너스 유가까지 염려하는 마당인데, 엉뚱하게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갈등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일 국제유가는 뉴욕증시 3대 지수와 달리 폭등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같은 폭등의 큰 힘이었던 산유국 협력 재개 전망이 급격히 흔들린 가운데 열리는 6일 시장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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