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 러시아 · 사우디아라비아 3대 산유국의 엇갈리는 입장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정을 총괄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석유 동맹'으로서 서로의 처지에 너무나 무심하다는 점이 섭섭하다.

지난달 6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산유국회담이 결렬되기 직전 브렌트유는 배럴당 50 달러에 약간 못 미치고 있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유가에 대해 "러시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산유국 회담을 앞두고 러시아가 공개적으로 감산을 더 이상 확대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줄 왼쪽)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앞줄 오른쪽)가 지난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줄 왼쪽)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앞줄 오른쪽)가 지난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당시 국제유가를 러시아는 감당할 수 있더라도 빈 살만 왕세자의 입장은 달랐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경제체질 전환을 위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그는 스스로 거세했던 거물급 인물을 다시 기용하는 선택도 했다. 국제 에너지업계에서 '대부'로 불리던 칼리드 알-팔리 에너지장관을 아람코 상장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해임했던 빈 살만 왕세자는 그를 다시 신설 투자장관으로 불러들였다. 그만큼 외국자본 유치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국정에서 중요한 것이다.

재원 마련의 첫 번째 주요정책인 아람코 상장 역시 중요하다. 아람코가 상장된 이후 주가가 올라야 이 정책이 효과를 보는 것인데 유가급락은 아람코 주가에 치명타다. 빈 살만 왕세자로서는 42.40 달러면 충분하다는 푸틴 대통령과 입장이 같을 수 없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더 이상의 유가하락을 막기 위한 감산이 산유국 동맹을 위한 길이 아니었다고 강조한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불이익을 감수하며 감산했더니 그 결과는 미국 셰일가스의 번창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한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서로의 잘못을 지적하는 명분싸움도 벌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러시아가 감산 합의를 줄곧 어겼다고 주장하는 한편 러시아는 국제유가 동맹의 대가로 약속한 사우디아라비아의 투자가 기대에 못 미쳤다고 주장했다.

한편 양국에 대해 일평균 1000만 배럴의 감산을 촉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과연 진심으로 유가 안정을 원하고 있느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부동산 사업가 시절부터 '유가는 낮을수록 좋은 것'이라는 인식을 감추지 않고 있다. 미국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의 9일 산유국 회의에 참석할 생각도 없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OPEC를 가격담합 집단이라며 평생 반대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OPEC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도 않는다"며 미국 석유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감산회의에 동참하지도 않고 좋은 말로 다른 나라의 감산을 부탁하지도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비엔나회의 결렬 이후 대폭적인 증산의 역공에 나서기는 했지만 타협의 여지는 내비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는 수출가격 결정을 매달 실시하는데 5월 수출가격 결정을 9일로 미뤘다. 이는 즉각적인 증산 공격보다 역시 산유국들의 감산합의를 선호한다는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이들 주요3국을 제외한 다른 산유국들에서는 국제유가 안정을 희망하는 목소리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노르웨이는 2002년 이후 감산에 한 번도 동참한 적이 없지만 이번에는 다른 산유국들이 감산한다면 노르웨이도 똑같이 감산하겠다고 밝혔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인간성에 기초한 책임감"과 "세계적인 형제애"를 강조하며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에 감산합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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