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사우디 시간대에 올라가고 미국 시간대에 폭락한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국제유가가 낮에 오르고 밤에 떨어지는 현상이 이번 주 내내 지속되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하면 아시아시장에서 오르던 유가가 뉴욕시장에만 가면 아시아 시장의 상승폭을 모두 날릴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전일대비 폭락을 기록하는 것이다.

중동 유전의 펌프잭. /사진=AP, 뉴시스.
중동 유전의 펌프잭. /사진=AP, 뉴시스.

6일 아시아 상품시장은 대단한 우려 속에 개장했다. 이날 예정됐던 산유국 회의가 연기된 때문이다. 전주말 대폭등을 가져온 것이 산유국의 6일 회의인데 이것이 9일로 연기됐으니 지난 2~3일 브렌트유가 상승분 37.87%의 급반락이 우려됐다.

하지만 아시아 시장에서는 하락폭이 1%에 그쳐 석유업계로서는 '비교적 선방했다'는 안도감을 가질 법했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시장은 산유국 회의 연기를 이정도로 용납하지 않았다. 하락폭은 3%를 넘어갔다.

다음날인 7일 아시아시장에서는 산유국 회의가 연기는 됐어도 감산은 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져 브렌트유가가 2% 넘게 올랐다. 이 분위기는 다시 미국시장에서 뒤집혀 오히려 전날보다 3% 넘게 급락했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만의 감산 합의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회의적 시각이 커진 때문이다. 미국의 동참 없이 감산이 나오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8일 아시아시장에서는 다시 브렌트유가가 오후 들어 전일대비 3% 넘게 급등하고 있다. 이 분위기가 이날은 과연 아시아시장 마감 후 유럽과 미국에서도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9일 산유국 회의를 둘러싸고 국제유가는 극도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석유시장 혼란의 핵심은 미국이 쥐고 있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제유가 전쟁을 초래한 배경에 미국 셰일가스 대량생산에 대한 불만이나 저유가 사태를 통한 미국석유업계 장악 의도 등이 지적된다.

그럼에도 미국은 다른 산유국들의 감산만 촉구하고 있다. 미국이 동참하지 않는 산유국 회의에 대한 의구심이 국제유가가 극심한 일중 급등락을 거듭하게 만들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는 7일 성명서를 통해 미국은 정부의 개입 없이 업계 자발적으로 감산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석유생산에 간여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대해 가격담합기구라는 비판을 지속하고 있다.

이번 주 국제유가 움직임은 러시아와 중동국가들 시간대가 비슷한 아시아 시장과 미국 시장의 등락이 뚜렷이 엇갈리고 있다.

산유국들의 9일 회의에 이어 10일에는 G20 에너지장관 유선회의가 열린다. 이번 회의는 올해 G20 의장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주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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