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산유국, 에너지시장 수급 균형의 의지 자체가 의문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미국을 제외한 산유국들의 9일 감산합의마저 힘을 못 쓰고 있다. 합의 내용 자체가 진작부터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던 수준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멕시코의 합의 거부로 9시간에 걸친 이번 회의를 더욱 헛수고로 만들고 있다.

결과적으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동참 없는 감산 합의가 얼마나 무의미한가를 분명하게 보여줄 수는 있었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셰일기업 도산과 같은 경제충격을 막으려면 "업자들이 알아서 생산을 줄였다"는 강변말고 진정한 감산 동참을 해야됨을 분명하게 입증한 셈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줄 왼쪽)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앞줄 오른쪽)가 지난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줄 왼쪽)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앞줄 오른쪽)가 지난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미국은 유가급락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된 석유업자들이 스스로 감산을 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러한 생산저하와 유가 안정을 위한 감산은 "개념부터 다른 것"이라고 일축한다. 지금은 미국이 생산을 줄여도 다른 산유국들의 희생으로 유가가 다시 오를 경우엔 생산을 다시 늘리겠다는 의도로 러시아는 간주하고 있다.

러시아는 감산을 하더라도 미국만 마음껏 생산하는 허점은 막아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9일 회의 직전 일평균 2000만 배럴 감산 예상도 나왔었다. 그러나 미국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데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1000만~1500만 배럴 이상의 감산을 자청할 까닭이 없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러시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국에 대해 말을 아끼는 편이다. 여기에는 미국과의 철저한 동맹으로 중동지역 정세에 대처하는 외교현실도 결부돼 있다. 그러나 본심은 오히려 더 큰 차원의 계획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 망한 뒤에 두고 보자'는 것이다.

'마이너스'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국제유가로 인해 민간 석유기업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석유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 아닌 미국 등의 취약한 회사들 인수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산업은 미국과 달리 국영기업들이 주도한다. 지금처럼 업계가 공급과잉과 수요위축에 시달리는 현실은 국영기업들의 생존력이 더 강하다. 국가의 재정정책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9일 감산합의에도 오히려 폭락해 부활절 주말을 맞았다. 공은 분명히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으로 넘겼다. 이날 G20 에너지장관 회담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여기서 또 하나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제유가에 대한 시각이다.

부동산업자 경력의 트럼프 대통령은 '기름값은 쌀수록 좋다'는 비즈니스맨 고유의 정서를 지금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지난주에도 OPEC에 대해 "가격 담합기구"라는 부정적 인식을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셰일기업들이 도산위기에 몰린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묵과할 수 없다. 이에 대해그는 감산이 아니라 수입석유에 대한 관세부과를 들고 나왔다.

일평균 3000만 배럴의 석유수요가 사라진 것으로 분석되는 지금 에너지시장에서 3대 산유국은 수급균형 회복의 길에 제대로 접근을 못하고 있다. 못하는 건지 안하는 건지도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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