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HMM의 세계 최대상선 알헤시라스 호가 '불확실의 망망대해'에 돛을 올리고 있다. 지켜보는 외신의 시각은 우려가 가득하다. 전 세계의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물류 규모가 격감한 가운데 출항에 따른 당연한 시각이기도 하다.

알헤시라스 호는 2만4000 개의 컨테이너박스를 실을 수 있다. 23일 개최된 명명식에는 문재인 대통령,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회장, 황호선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배재훈 HMM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HMM의 세계 최대상선 알헤시라스 호. /사진=뉴시스.
HMM의 세계 최대상선 알헤시라스 호. /사진=뉴시스.

HMM은 옛 현대상선으로 현재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다. 1976년 정주영 창업주가 이끌던 현대그룹 계열사로 탄생한 후 현대그룹의 계열분리 과정에서 2000년 정몽헌 회장 계열의 기업이 됐다. 정 회장 사망 후 현정은 회장이 그룹 총수를 승계했다. 2016년 해운업 침체에 따라 부채가 누적되자 산업은행의 출자전환 등을 통해 정씨나 현씨의 현대그룹이 아닌 산업은행 계열사로 주인이 바뀌었다.

월스트릿저널은 알헤시라스 호에 대해 "축구장 4개 크기에 달하고 2만4000개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다"고 소개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해운, 조선, 항공, 자동차, 기계, 동력, 통신 등 7개 주력부문에 330억 달러의 지원을 발표한 후 명명식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따른 수요 감소로 인해 지난 2월 이후 상선업계가 400 회의 출항 계획을 철회했다고 전했다. 실업률 상승과 제조업 위축으로 인해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뉴욕의 한 해운전문가는 월스트릿저널과의 인터뷰에서 "HMM은 매우 불운한 시기를 골랐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제조업이 멈췄고 미국과 유럽의 수요가 감소해 초대형 상선들은 극동지역 항구에서 절반 가까이 빈 상태로 출항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가적으로는 HMM의 실패를 용인할 수 없다는 '배수의 진'을 친 형국과 마찬가지다. 어쩌면 지금 상황은 임진왜란 때 칠천량 참패로 12척의 전함만 남은 조선함대가 새로운 사령관인 충무공 이순신 지휘 하에 명량에서의 반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때인지도 모른다. 사실 그러한 기대를 거는 것 외에 달리 대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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