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 한계에 몰린 글로벌 석유시장, 중국 비축시설 확대를 주목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중국은세계 6위 석유생산국이긴 하지만 석유 소비로는 세계 2위다. 2019년 기준 생산량이 일평균 398만 배럴, 2018년 기준 소비량은 1350만 배럴이다. 기준연도의 차이를 감안해도 소비량이 생산량을 몇 배나 압도한다. 산유국이라기보다는 명백한 소비국이다.

지난 20일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미국산 국제유가는 27일 아시아시장에서부터 또 다시 폭락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28일 오후 2시26분(한국시간) 현재 북해산 브렌트유가 배럴당 19.18 달러로 전날보다 4.05% 추락했고 미국산 원유는 11.21 달러로 12.28% 폭락했다.

국제유가가 폭락은 해도 마이너스와는 비교적 거리가 먼 두 자릿수를 보이는 점에 대해서는 기술적인 내용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8일 전에 마이너스 37.63 달러를 기록했던 것은 5월에 인도되는 미국산 원유 선물가격이다. 이날은 미국산 원유 5월물의 마지막 거래일이었다. 더 이상 보유할 가치가 없어진 선물가격에 대해 투자자들의 공황심리가 더해져 전례가 없는 유가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거래기준이 6월물로 바뀌면서 미국산 원유가격은 10.01 달러의 양수를 회복했다.

하지만 이것은 거래기준이 바뀐 것일 뿐, 석유시장의 시급한 상황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석유를 파내도 이것을 어디다 저장할 곳이 없는 것이 지금 당장 국제 석유업계의 현실이다. 공급과잉이 오래 지속되다보니 이제 석유비축시설이 한계에 이른 것이다.

중국 유조선 직원들의 원유 하역 모습. /사진=신화통신, 뉴시스.
중국 유조선 직원들의 원유 하역 모습. /사진=신화통신, 뉴시스.

저장 한계라는 당장의 시급한 요인에 비하면, 수요부족과 공급과잉은 나중의 일이다. 저장할 곳이 없어 생산을 멈추면 석유회사들은 막대한 인원을 해고해야 한다. 유전의 가동을 멈추면 나중에 생산을 다시 시작할 때 또다시 엄청난 개발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미국산 원유 가격의 추락은 미국 석유에만 그치지 않는다.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미국산 원유 5월물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다음날인 21일 브렌트유가는 2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미국산 기준이 6월로 바뀌면서 브렌트유가는 22일 20달러 선을 회복했지만 27일부터 시작된 폭락세를 견디지 못하고 다시 2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대로 가면 미국산 원유 6월물 또한 마이너스 신세를 면키 어려운 분위기다. 마이너스 국제유가를 한 달 전에 예상했던 폴 생키 미즈호증권 이사는 "다음달 국제유가가 마이너스 100 달러를 기록할 수도 있다"는 또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의 말뜻은 저장 한계에 이르러 폭락하는 국제유가에는 바닥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국제석유시장이 주목하는 것이 중국의 저장시설 확대여부다.

AP의 지난 23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의 저유가 상황을 활용하면서 향후 석유공급 차질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석유비축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저유가가 중국 경제에 유리하다"는 홍보를 사회관계망을 통해 펼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중국은 현재 3억8500만 배럴의 석유비축량을 5억~6억 배럴로 늘리는 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한 관계자는 AP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비축시설이 확대될 경우 이를 채우기 위한 수입량은 일평균 50만~90만 배럴로 예상됐다.

중국의 이와 같은 움직임은 어쩌면 당분간 매달 마이너스 국제유가에 시달려야 할지도 모르는 석유업자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소식이다.

중국은 질식하기 일보직전에 몰린 석유시장에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하는 한 편으로 외교적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모습도 보인다.

지난 3월 최대 석유공급국인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의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1.6% 감소한 반면 2위 공급국 러시아로부터는 31% 늘어났다고 로이터가 26일 보도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현재 거의 모든 국제현안에서 미국에 맞서 공동입장을 취하고 있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