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본업 실적 악화로 신규투자 여력 줄어"

[초이스경제 곽용석 기자] 일본 대기업들의 스타트업 투자가 감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벤처컨설팅회사인 '딜로이트 토마츠 벤처 서포트'의 조사에 의하면, 일본 대기업의 투자 자회사 등 90%가 2020년 투자를 작년보다 줄일 의향을 나타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본업 실적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대기업이 일본내 투자를 견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영향은 적지 않다. 외부 기술을 자사 개발에 활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innovation)도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 매체는 밝혔다.

딜로이트 토마츠가 기업벤처캐피털(CVC) 81개사 97명으로부터 답변을 받은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31%가 투자액을 작년 절반 이하로 억제할 것이라고 답했다. CVC를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 등 216개사에 문의 결과, 절반 이상이 "신형 코로나로 본업에 영향이 크다"고 회답했다. 한 CVC 책임자는 "새로운 투자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일본 도쿄 번화가. /사진=AP, 뉴시스.
일본 도쿄 번화가. /사진=AP, 뉴시스.

최근 스타트업 투자는 대기업들이 이끌어왔다. 정보 서비스회사인 '이니셜'에 의하면, 4400억엔을 넘어선 작년 일본 내 스타트업 자금 조달액 가운데 30%가 대기업 관할 회사들이다.

이미 이러한 영향은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신형 코로나로 논의가 흐지부지됐다"고 한 IT기업의 사장은 이 매체에 제시했다. 5월로 예정하고 있던 교통 인프라 기업으로부터의 출자계획도 동결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편, "대기업의 투자가 줄어드는 것과 함께, 기업가치가 적정가격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투자하기 쉬운 면도 있다"고 한 벤처관련 회사는 설명했다.

역풍을 기회로 삼아 일본 최대 택배회사인 야마토홀딩스와 정보통신기기회사인 세이코엡슨사는 각각 50억엔 규모의 투자펀드를 만들었다. 야마토홀딩스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서 자사의 디지털화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이 매체에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최근 기업의 스타트업 출자를 세금우대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촉진제도를 시작했다. 대기업이 설립 10년 미만의 신규기업에 1억엔 이상 출자할 경우 출자액의 25%를 소득공제해 투자를 촉진하려는 제도다. 벌써 100건 가까운 문의가 접수됐다고 이 매체는 밝혔다.

일본 대기업들은 2001년 IT 버블 붕괴와 2008년 리먼쇼크 등 위기 때마다 스타트업 투자를 동결하면서 디지털화를 지연시키는 원인의 하나가 됐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구시다 겐지 연구학자는 "신사업을 개척하는 기업과 기존사업을 축소하는 기업 사이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지금이야말로 오픈 이노베이션에 본격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이 매체를 통해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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